전날밤 늦게 찾아든 펜션은 아침에 깨어나서 보니 앞쪽에 바다가 보이고 서귀포 KAL호텔이 위치해 있는 펜션지역으로 서귀포내에서 고급 주거지인듯 보였다. 어제 눈보라가 쳤던 탓인지 하늘은 청명하고 아침날씨가 너무 상쾌하였다. 뚜렷한 계획이 없는 우리는 일단 숙소 주위부터 돌아 보기로 하였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쇠소깍이 위치해 있어 그 곳에서부터 해안올레길을 따라 여행을 시작하였다. 날씨는 정말 최고였으며 하루종일 어디에서든 한라산 정상이 뚜렷이 보였다. 이런 날씨를 보지 못하고 어제 저녁 떠나버린 아이들 생각에 어찌나 가슴이 아프던지... ㅎ ㅎ
근데 마눌님이 자꾸 가게에 들어서 귤이라도 사고싶어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마도 서울에 있는 장모님을 비롯한 처가식구들 생각에 그런 듯... 이럴땐 재빨리 마눌님의 비위를 맞춰두는 게 가정의 화평을 위해 좋다. 밀감 두박스를 사서 택배로 처갓집에 보내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효돈동과 보목동 주위를 돌다보니 제지기 오름이라는 자그마한 동산이 보인다. 일단 해안가를 훑어보고 난 다음 제지기 오름에 올랐다. 산은 가파랐으나 그리 높은 산은 아니어서 쉽사리 올랐으며 정상에 올라보니 바다와 한라산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었다.
지금은 영업을 하지않는 파라다이스 호텔 풍광이 너무 멋있어서 진입하려했더니 입구를 지키던 경비가 막는다. KAL호텔에서 인수를 하여 당분간은 언제 영업을 개시할지 모르는 상태로 현재는 경내 관리만 하고있는 상태라 한다. 옆에 소정방폭포로 가는 올레길이 있어서 접어들고 보니 소정방 폭포 옆에 제주 올레 본부가 위치해 있었다. 제주 올레를 만든 서명숙씨의 집무실도 그곳에 있다고 한다. 그곳에서 올레관련 책자 두권을 샀다.
소정방폭포 구역 동쪽 끝에는 '서복 전시관'이 있었는 데 입장료가 제주도민은 무료, 관광객은 500원이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입장료를 받는 탓이지 아니면 볼 것이 많은 제주도에서 상대적으로 보잘 것이 없는 탓인지 관람객이 한명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들어가서 보니 탁트인 바다를 향해 세워진 각종 조형물과 전시관 그리고 잘 가꾸어진 정원이 정말 볼만한 곳이었는 데... 서복이란 사람은 진시황제로 부터 불로초를 구해오라는 명령을 받고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에 까지 다녀간 사람으로 이곳 정방폭포에 자신이 다녀간다는 표시를 했던 사람이라 한다.
제주도청에서 작성한 제주 관광홍보물에서 '서복전시관' 부분 발췌
■ 서복전시관 | |||||||||||||||||||
서복전시관 전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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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복전시관 관람을 마치고 인접해있는 식당에서 올레 정식을 먹었다. 올레정식은 제주도의 백반이라할까? 생선구이, 꽁치조림, 성게미역국, 해초무침, 등 제주도 주민들이 일상 먹는 밥상인 것 같았다. 맛있게 밥 한그릇을 비우고 한창 조성중인 칠십리 음식특화거리와 서귀포항을 거쳐 서귀포 해양공원에 도착하였다.
서귀포해양공원과 새섬 간에 연결된 연육교를 건너 새섬 산책로를 한바퀴 돌고 나니 식사후 산책으로는 최고 !! 새섬 들어서면 벤치가 몇개 놓여져 있는 데 그중 '음악벤치'라 쓰여있는 벤치에 앉으면 혜은이의 '감수광'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서귀포 시청직원들이 관광객들을 위해 나름 신경을 써서 만들어 놓은 듯... 마눌님이 항상 들고 다니는 노란 봉지안에는 맛있는 귤이 들어있어 틈틈히 수분 및 영양보충을 하고 다닌다.
여기에서는 아래 play 버튼을 누르면 노래가 흘러 나온다.
새섬에서 바라보이는 언덕위에 아주 멋진 건물이 세워져 있어 그것이 무얼까? 무척 궁금해 하며 올라갔더니 한국 SGI연수원이란 하는 데 풍광도 멋있었지만 각종 조각품과 잘 가꾸어진 정원 그리고 잔잔히 흐르는 음악까지 더구나 무료개방하여 아무나 거닐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서귀포에 들르시는 분이라면 꼭 한번 가볼 것을 권유해 본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 알게된 한국 SGI는 불교의 또다른 분파라고나 할까? 일본의 남묘호렌게꾜 라는 주문을 외우는 종교로써 과거 프린스 호텔이었던 이곳을 자신들의 종교 연수원으로 만들어 아주 멋진 정원을 개방하고 있는 것이다. 혹시라도 종교적 알레르기가 있으신 분은 접근에 신중을 기할 필요는 있겠으나 우리나라의 원불교와 같은 종류가 아닐까? 아무튼 여러 종교를 알아둔다는 것은 삶에 다양성을 더해주는 작업이므로 지레 겁먹고 회피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한국 SGI 홈페이지 : https://www.ksgi.or.kr/sgi/sgimeet_main.jsp
다음 코스로는 외돌개 휴게소에 주차를 해놓고 간단한 올레코스를 걷다가 법환포구를 거쳐 강정마을을 반환점으로 하여 귀로에 돔베낭골 올레코스에 접어들었는 데 바닷가 경치도 일품이었지만 미술전시관, 카페, 그림같은 펜션 등이 위치해 있는 문화의 향기가 흠뻑 묻어나는 올레 길이었다.
이렇게 생긴 돌의자에 내가 앉아봤다는 것 아니냐? (속물노인 ㅉ ㅉ..)
석양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에 마눌께서 또다시 방어회를 먹고싶다 하신다. 서귀포시장에 들러 회를 뜨고 이번에는 한라산 중턱에 위치한 예이츠산장에 여장을 풀었다. 예이츠 산장은 정말 멋진 곳이 었는 데 오늘도 늦은 시각에 도착하여 그 분위기를 충분히 만끽하지 못하였다. 창유가 구해준 숙소 두개는 모두 유럽풍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멋진 곳이었음에도 너무 바깥 여행에 치중한 나머지 숙소에서의 휴식을 충분히 취하지 못해 못내 아쉬웠다. 아무튼 좋은 숙소 구해줘서 고맙고 엄마는 네가 이번 지출로 마통 뚫었을까봐 걱정이라고 하는 데 나는 너를 믿으니깐 내년에는 유럽여행 숙소로 준비해 달라는 부탁을 하는 바이다.
오늘 하루를 보내며 거닐었던 코스가 아래 지도 한장에 모두 들어있는 걸 보니 서귀포지역 하나만 제대로 맛보기에도 일주일은 너무 짧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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