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니며 숙소가 제일 중요하다는 사람이 많다. 우리 마눌님도 그런 부류. 그런데 우린 소싯적 무전여행으로 부터 여행의 맛을 배운 탓인지 여행이라면 조금 고생스럽고 뭔가 색다른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유럽이나 미국에서 여행을 다닐 때에도 캠핑이나 자동차 안에서 한두번은 취침을 했었다. 그래야 직성이 풀린다.
이번 제주 여행에서도 첫째날, 두째날 숙소인 해비치 리조트는 정말 고급스럽게 잘 지어진 숙소인 것 같다. 아마도 책정된 숙박료는 무지 비쌀듯. 그런데 간장녀 효은이가 따지고 따져 잡은 숙소일터이니 별걱정은 안했지만 알고보니 무슨 카드 사용실적으로 무료 이용하게 된 숙소래네.. 그럼 그동안 쓴 카드 비용은 얼만겨? 아무튼 숙소가 좋았던 탓일까? 마눌님과 아이들은 이곳까지 와서도 늦잠을 잔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 나는 성산일출봉이 가깝다 하니 일출광경이나 보러갈까? 해서 몇번 권해 보았으나 잠자리에 누워 계속 미적대길래 나 혼자 길을 나서 성산일출봉으로 향했다.
어슴푸레한 새벽길을 달려 광치리해변가 성산JC 공원 입구에 차량이 몇대 주차해 있는 모습을 보고 나도 주차를 해놓고 아침 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렸다. 근데 바닷가 새벽은 왜 그리 춥냐? 아침 7시 30분경 해가 뜬대는 데 내가 도착한 시각은 대략 7시 20분경. 해뜨기를 기다리는 10분여가 왜 그리 긴지. 그리고 아침 해뜨기 직전이 가장 춥대자너. 그 순간 나는 수많은 사람이 정초에 해맞이를 간다고 그렇게 난리치는 이유를 깨닫는다. 간절한 염원, 그래 그 엄청난 추위를 견디며 그 기나긴 시간을 버텨가며 간절히 이루고자 하는 염원이 있으면 우린 못할 게 없다 머 그런 원리를 깨달은 거지. 염원을 실천에 옮기는 현실적 행동이 뒷받침 되어야 하겠지만 말이야.
그래서 나도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 뭘까 하면서 소원을 빌 꺼리를 찾고 있었는 데 바닷가 일출광경을 보려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왜 그리 수평선 해뜨는 주위에는 검은 구름이 꽉 몰려 있는 건지 이번에도 수평선에서 해 뜨는 장면은 보지 못하고 구름위로 해뜨는 광격을 목격하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아무튼 나선 김에 주위에 있는 유채꽃밭, 피닉스 리조트, 그리고 섭지코지도 들러 사진도 좀 찍고 제주에서의 첫 아침시간을 즐겼다.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표선에 있는 숙소로 돌아오는 아침길은 조명빛이 주홍색이라서 그런지 정말 환상적인 느낌이었다. 해안일주 도로가 깨끗이 정돈된 탓도 있겠지만 삽상한 아침공기, 길옆에 펼쳐진 아열대 나무숲과 군데군데 보이는 펜션 그리고 저멀리 보이는 수평선 등 제주도의 풍광이 너무나도 이국적이어서 마치 해외여행을 나온 듯 했다.
숙소에 들어와 보니 어제 샀던 빵과 시리얼, 우유 등으로 아침을 때우고 여행 첫날의 일정을 논의하고 있었다. 대략 동쪽으로 가면서 영화 '건축학 개론'에 나온 바닷가 카페에서 차 한잔하고 흑돼지구이로 유명한 '쉬는팡'에 가서 점심을 먹고 오후엔 중문단지에 가서 호텔길을 걷겠단다. 나는 아이들이 하자는 대로 따르기로 했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하루 쉬는 것이니 아무래도 좋았다.
일단 출발은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빙하면서 군데군데 맘에 드는 올레길에서 바닷가도 좀 거닐면서 중문쪽을 향해 나아갔다. 중간에 걸었던 금호리조트앞 올레길은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우리 식구들이 미국 Newport News에서 걸었던 해안가 산책길을 연상케하는 길이다. 아이들은 계속 걸어 금호리조트로 향하고 우리는 뒤돌아와서 차를 몰고 그곳에서 다시 만났다. 은영이가 몸이 불편하니 올레길은 그런식으로 짧게 짧게 걸으며 '건축학 개론'에서 나온 카페에 닿았는 데 웬걸 3월까지 보수공사를 하고 있댄다.
다시 쉬는팡으로 달리던 중 이름이 독특한 '돈내코'라는 지명이 보이네. 외국어도 아니고 그곳이 어떤 곳일까 궁금증이 들어 이정표를 따라 달리다 보니 중산간도로에 올라서 서귀포 시가지가 한눈에 보이는 장관을 연출한다. 기분좋은 드라이브 길. 여행의 본질은 재미요 재미의 본질은 차이라는 둥... 평소에 내가 생각하고 있던 여행관, 그리고 아이들의 여행에 대한 이야기 등을 들으며 쉬는팡에 도착했더니 이름 그대로 오늘이 쉬는 날이랜다. 어째 어제 저녁 갈치찜 식당부터 건축학 카페, 그리고 흑돼지구이집까지 애들이 인터넷에서 보고 준비해놨다던 집들이 다 이모양이냐? 그런데도 아이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할 수 없이 중산간지역에서 내려와 중문단지 입구에 위치해 있는 그럴듯한 흑돼지구이집을 찾아 점심을 먹고 중문관광단지에 들어섰다. 먼저 점심식사후 산보차원에서 천제연폭포쪽을 걷고 감귤밭과 동백꽃길을 걸었다.
중문관광단지에 집결해 있는 롯데, 신라, 하이야트 호텔은 각각의 특징과 자태를 뽐내며 아름다운 해안가 절벽위에 위치해 있다. 호텔에 투숙하고 있지 않더라도 해안가 산책길이 올레길로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자유스럽게 거닐 수 있어 이곳 제주에 올 때마다 들렀던 곳으로 기억된다. 언젠가 좀 더 금전적으로 여유로워지면 이곳에 머물며 거닐 수도 있겠지만 앞서 말했듯이 굳이 비싼 곳에서 숙박을 해야될 필요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숙박을 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이어 태평양에서 운영한다는 설록차뮤지엄에 가서 차 한잔을 마시고 차문화의 향기를 맛본 다음 귀로에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에 들러 방어와 고등어회 그리고 물미역(이게 진짜 맛있던데..) 소주 등을 구입한뒤 쇠소깍에 들렀지만 너무 어두워 자세히 보지 못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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