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백발노인

Tag

Notice

Recent Post

Recent Comment

Recent Trackback

Archive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total
  • today
  • yesterday
2013. 3. 18. 23:49 옛이야기


내가 할렘에 처음 들어선 것은 1990년 봄이었던 같다.

볼티모어에서 아침 일찍 출발한 우리 가족이 오후에 뉴욕에 들어섰는 데

당시에 내비게이션이 없던 시대라 도통 방향을 알 수가 없는 거라.


말로만 듣던 뉴욕이 그렇게 크고 복잡한 곳이라는 것을 실감하며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헤매다가 할 수 없이 차를 세워 놓고

전화를 하려고 공중전화 박스 앞에 섰겠다. 

그 당시엔 오늘 날처럼 핸드폰이 없던 시대라 

객지에 나가서는 공중전화만이 유일한 통신수단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중전화 박스 유리는 모조리 깨어져 있고 

제대로 발신음이 떨어지는 기계가 하나도 없어

할 수 없이 근처를 배회하는 녀석을 손짓 발짓에 

고함까지 쳐 가며 불러 세웠다. 


그랬더니 이녀석이 냅다 뺑소니를 치는 게 아닌가?

나중에 알고보니 그곳이 할렘이었댄다.

할렘의 한 복판에서 으스레한 저녁에 사람을 불러 세우니

그 녀석은 내가 머 한가락하는 동양인인줄 알고 도망친거다.


지금도 생각해 보면 모골이 송연한 순간 이었다.

내가 재수 좋은 사람이라는 건 그 때 이미 확인된 거다.







또 하나 이야기는 엉뚱하게도 터어키의 토카프 궁전에 갔을 때 겪은 일이다.


토카프 궁전에 들어서면 이러 저러한 관광객들이 많이 들어오고 

곳곳에서 관광해설사들이 열씨미 설명을 해주고 있는 데  

한 곳에 들어가니 이곳이 왕의 후궁들 처소인 할렘이라고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왕의 후궁처소 경비병들은 모두 흑인들로 구성되어 있었다는 것.

혹시 성적으로 문란한 후궁인 경우, 태어난 아이가 흑인이 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을 하고 있었다.


동양권에서는 환관이라는 제도로 왕의 여자들에게 쉴드를 친 것에 비해

서양에서는 흑인을 활용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미국의 할렘이라는 명칭이 흑인들이 득시글 거리는 곳으로

뭔가 쾌락에 젖어드는 천국과 같은 곳이라는 의미에서 유래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미국의 할렘은 네델란드어 하르엠에서 유래된 것이고

터어키의 할렘은 이슬람어 하림에서 유래된 하렘이라는 것.


전혀 다른 의미의 것을 귀도 나쁘고 머리도 나쁜 내가 혼자 엉뚱하게 추측하며 

옆에 있던 마눌님에게 설명까지 해주며 잘난 척 하고 있었던 것이다.




   


  

 

'옛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맥주의 맛  (0) 2013.04.15
내가 색소폰 음악을 알게 된 시절  (0) 2013.03.26
칠성이와 깨막이  (0) 2013.03.13
'억만이의 미소'를 아시나요?  (0) 2013.03.11
동영상 하나 더  (0) 2013.03.02
posted by 백발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