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연말이 되면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하여 발표하는 일이 관례가 되었다. 2001년부터 교수신문이 신문에 컬럼을 쓰는 교수들을 상대로 설문조사의 형식을 빌어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하면서 시작된 거랜다.
공부를 많이 하신 교수님들이라 그런지 굉장히 어려운 한자로 이루어진 사자성어를 잘도 골라낸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었는 데 올해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지록위마(指鹿爲馬)를 선정하였댄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관련 신문기사를 전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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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은 "지난 8∼17일 전국의 교수 7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01명(27.8%)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지록위마'를 선택했다"고 21일 밝혔다. 사기(史記) 진시황본기에 나오는 사자성어 지록위마는 거짓된 행동으로 윗사람을 농락하는 모습으로 '정치적으로 윗사람을 농락해 권력을 휘두른다'는 의미다.
진시황이 죽은 뒤 환관 조고가 태자 부소를 죽이고 어린 호해를 황제로 세워 조정의 실권을 장악한 뒤 다른 신하들이 자기 말을 들을지 시험하기 위해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 고사에서 유래됐다.
지록위마를 잇는 올해의 사자성어는 '삭족적리'(削足適履)다. 교수 170명(23.5%)이 선택한 이 사자성어는 '발을 깎아 신발을 맞춘다'는 뜻으로 합리성을 무시하고 억지로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교수 147명(20.3%)의 지지를 받아 3위에 오른 '至痛在心'(지통재심)은 '지극한 아픔에 마음이 있는데 시간은 많지 않고 할 일은 많다'는 뜻이다.
이 밖에도 '세상에 이런 참혹한 일은 없다'는 뜻의 '참불인도'(慘不忍睹)는 146명(20.2%)의 선택으로 4위에 올랐으며, 60명(8.3%)의 교수가 선택한 '사분오열'(四分五裂. 여러 갈래로 찢겨지거나 흩어진 상황)이 5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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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2010년 이후 선정 발표된 올해의 사자성어를 살펴보면
2010년 : 장두노미 (藏頭露尾) - 머리는 숨겼지만 꼬리는 숨기지 못하고 드러낸 모습을 뜻하는 말로서 제기된 의혹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진실을 덮고 감추기에 급급한 모양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2011년 : 엄이도종 (掩耳盜鐘) - 나쁜 일을 하고 남의 비난을 듣기 싫어서 귀를 막지만 소용이 없음을 뜻하는 말로서 유래를 살펴보면 춘추시대 범씨가 다스리던 나라가 망할 위기에 처하자 한 백성이 혼란을 틈타 범씨 집안의 종을 훔치러 갔다가 종이 너무 커서 쪼개려고 망치로 종을 깼는 데 종소리가 크게 울리자 두려워 자신의 귀를 막았다는 일화에서 유래한 것이랜다.
2012년 : 거세개탁(擧世皆濁) - 온 세상이 모두 탁해 지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바르지 않아 홀로 깨어 있기 힘들다는 뜻이다. 이 말은 초나라의 충신 굴원이 지은 어부사에 실린 고사성어다. 굴원이 모함으로 벼슬에서 쫓겨나 강가를 거닐며 초췌한 모습으로 시를 읊고 있는데, 고기잡이 영감이 그를 알아보고 어찌하여 그 꼴이 됐느냐고 물었다. 굴원은 “온 세상이 흐리는데 나만 홀로 맑고, 뭇 사람이 다 취해 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어서 쫓겨났다”고 답했다.
2013년 : 도행역시'(倒行逆施) - 잘못된 길을 고집하거나 시대착오적으로 나쁜 일을 꾀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도행역시는 『史記』 「伍子胥列傳」에 등장하는 오자서가 그의 벗 신포서에게 한 말로, 어쩔 수 없는 처지 때문에 도리에 어긋나는 줄 알면서도 부득이하게 순리에 거스르는 행동을 했다는 데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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