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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4. 16. 23:22 옛이야기

언젠가 내가 여기에다 그 옛날 대포사이트(www.daepo.co.kr)에서 

인터넷 글쓰기의 재미를 맛보던 시절이 있었다는 글을 쓴 적이 있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뜬금없이 그 시절이 생각나곤 하는 데

그 시절로 되돌아 갈 수 없어서인지

그 때 그곳에서 글로서나마 접했던 분들의 소식이 궁금한게 사실이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은 탓일까?

우연한 기회에 필명 '그냥'님이 만드신 카페를 알게 되었다.

그분 글의 일부분을 이곳에 전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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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주,교주,뺑두,씰크,자등명,갈바람보살,아제,찬새,갱나미,은파,현주,길또,제비꽃,ㅂ람소리,메밀,레이니,을채,서향,갈바람,두칠이,풀꽃,말그미, 커피,이오일,갈렙,이종성,옌날,청야,아비스,쑤-,포토레디,시골지기,제인,여명,iya,심선생,논깡,스머프,산자락,스틸고잉,빈스,소운정,엘라,미운오리,사하라,불꽃,장동순,아가타,조은,물결,메주압빠,zzab,웃비아,봉팔,야수,꽁치,바람도리,밭두렁....... 

이 모든 분들이 대포동시절 인연을 맺었던 분인데 

이제 뿔뿔이 흩어져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여적 난민 생활을 하고 있다.

저를 포함해서.... 
하여 서로 안부나 연락이라도 할 수 있는 

대포동 사람들 게시판을 맹글어야 겠다는 생각이 

머슴님 유고로 부쩍 드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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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님의 글을 통해서 알게 되었는 데

필명 '머슴'으로 글을 쓰시던 이근일 이라는 분이 돌아가셨다니..


그냥님의 글이 2005년 4월 18일에 쓰여진 글이니 지금으로부터 8년전 일이다.

그렇다면 머슴님의 8주기가 내일 혹시 모레라는 말인가?


그래서 였을까?

며칠전 머슴님 생각이 나서 인터넷을 통하여 그분의 책을 검색하다가

'황제의 꿈'이라는 책을 구입하였는 데...

 



'머슴'님은 소설을 쓰시던 분으로 

오프라인에서 만나 술잔도 기울여 보고 했던 분이다. 

처음에 내가 대포사이트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엔 소설가인줄도 모르고 

게시판에 글을 쓰는 솜씨가 차원이 다른 분이 계시구나 라고 생각했었다.


문재가 빼어날 뿐더러 엄청난 노력을 하시는 분으로

준수한 용모에 훌륭한 인품을 갖추신 분이셨는 데... .


당시 대포사이트에 머슴님의 소설 '황제의 꿈'과 '천변춘몽'을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서 

이번에 '황제의 꿈'이라는 소설을 구입한 것이다.

또한 기회가 닿는대로 '천변춘몽'이라는 소설도 다시 읽어볼 작정이다.


그냥님께서도 고 이근일 님의 글이 그리우셨던지

본인의 카페에 '작가 고 이근일(머슴)님의 글방' 이라는 항목을 만들어 두셨네

http://cafe417.daum.net/_c21_/bbs_list?grpid=yQOi&fldid=78qU )

그곳에서 '비오는 날의 수채화'를 옮겨와 올려본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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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의 수채화/ 이근일 

요즘은 새벽 다섯시면 희부옇게 날이 샌다. 그 시간이면 부지런한 사람들이 운동을 하기위해 공원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사람보다 더 부산한 것은 공원의 새벽을 여는 참새들이다. 그들이 재재거리기 시작하면 이미 동녘 너머에 날이 새고 있다. 밤새 바람을 몰아치며 내리던 비는 아침이 밝았는데도 쉬 그칠 성 싶지 않다. 간밤 신열이 있었고 빗소리에 욱신거리는 몸을 뒤척이다가 모처럼 늦잠을 잤다. 그런데도 두통과 미열은 가시지 않는다. 습관이 되어버린 탓으로 비가 오는데도 청승맞게 우산을 들고 밖으로 나선다. 여느때 같으면 사람들로 북덕일 시간에 공원은 휑덩그레 비어있다. 

참새가 소롯길에 내려 앉다가 발자국 소리에 놀라 포르르 날아간다. 눈여겨 보니 거미 한마리가 필사적으로 풀숲을 향해 달아나고 있다. 참새가 거미를 잡아먹는지는 모르지만 부리로 한번 쪼아놓으면 그 생명은 그만일 것이다. 그 짧은 순간에 내 발걸음이 거미의 생명을 살렸고 참새는 먹이를 놓쳤다. 거미와 나 사이에 어떤 필연이 있을 리 없다면 그것은 하찮은 우연일 것이다. 모든 것은 그러한 우연의 연속 속에서 필연의 삶을 이어가게 만든다. 

우연이라는 혼돈이 필연이라는 질서로 귀결이 되는 것이다. 밤이면 흥겹게 놀다가 음식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버려 놓고 달아나는 사람이 많다. 그들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할 사회적인 약속을 어기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러한 일들이 야생 고양이를 먹여 살린다. 요즘은 분리수거 때문에 먹거릴 찾아 헤매는 집나온 고양이가 많고 그들에게 공원은 좋은 서식 근거지가 되고 있다. 이따금 고양이들 간에 영역을 놓고 싸우는 소리가 밤의 적막을 북북 찢어놓기도 한다. 

그들이 먹다남긴 부스러기들은 날이 새면 비둘기들의 차지다. 비둘기의 먹성은 참 대단하다. 그들은 끊임없이 주전부리를 해대고 비만으로 가누기 힘든 몸을 뒤뚱거리며 쉴새없이 먹이를 찾아다닌다. 비가 오는데도 축축한 깃을 접으며 바닥에 내려 앉는 놈이 보였는데 돌아오는 길에 보니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젖은 땅에 먹을 게 무어 있었으랴. 

번잡한 공원보다는 비오는 날의 한적한 공원이 내게는 더 살갑다. 언제부터인가 사람이 없는 것에 마음이 더 편안하다. 나이 탓일까. 사람들과 만나서 허무하게 뱉아놓은 내 말들의 잔해(殘骸)를 바라보며 뒤늦게 밀려드는 공허감이 점점 싫어진다. 사람은 두가지의 길을 한꺼번에 간다. 하나는 세상을 살아가는 길이고 하나는 나를 만들어 가는 길이다. 하나는 남기고 가야할 일이고 하나는 챙겨가야 할 일이다. 

공원은 비를 틈타서 모처럼 쉬고 있다. 비가 내리는 동안 남모르게 푸나무를 더 웃자라게 할 것이다. 비가 개이면 사람들은 또다시 나무의 머리채를 뒤흔들고, 음식 쓰레기를 버리고 달아날 것이다. 상처받은 나무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그늘을 만들어주고 그들이 버린 쓰레기는 또다른 생물들을 먹여살릴 것이다. 인연이란 커다란 필연의 굴레 속에서 꿈틀대는 작은 우연의 연속이 다. 우리는 그래서 우연을 인연이라고 고집하며 살아간다. 우리는 비록 혼돈 속에 있지만 실은 커다란 질서 속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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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백발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