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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번 주에 가장 바쁠 것으로 예정된 날이었다.


이곳 전주에 있는 골프친구들의 올해 첫 모임이 있는 날로서

오래전부터 스케쥴이 잡혀있었다.


그런데 일전에 언급했듯이 조그마한 밭뙈기에 감나무를 심기로 하고

묘목을 길러 판매하는 친구에게 100주만 심어달라 부탁을 해 놓았는 데

하필이면 오늘 일꾼이 확보되어 나무 심는 게 가능하댄다.

할 수 없이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필드에 나갈 준비와 함께

나무를 심기로 한 밭에도 나가 보기로 했다. 


밭으로 향해 달려가는 도중에 골프회 총무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하고 내 대신 플레이 할 사람이 있는지 알아봐 달라 했다.

아무래도 나무를 심는 곳에 내가 있어야 할 것같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잠시 후 내 대신 플레이 해 줄 사람을 구했다는 전화가 왔다.


문제는 밭일을 해주기로 한 친구 이야기가 

너는 여기 있어도 도움이 되지 않고 괜히 간섭만 하려 할테니

자기를 믿고 가서 골프나 치고 오라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밭에 남아 있는 것이 

괜히 감독만 하려는 듯한 인상을 줄 것 같아 일단 집으로 돌아왔는 데 

이렇게 되고 보니 가장 바쁠 것으로 예정된 하루가 

가장 빈둥대는 하루가 되어버릴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그래서 사순절 마지막 주일인 이번주에 

한번은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던 치명자산에 가기로 하고

천주교인 대학교수 친구에게 전화해서 함께 가자 했더니 

흔쾌히 승락하며 가겠다고 한다. 


치명자산 다녀온 이야기는 별도로 해 보기로 하고

여기서 내가 풀고싶은 썰은 왜 나를 포함한 우리 세대는 

그리도 바쁘지 못하면 불안해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6.25 전쟁 와중에 태어난 우리 세대는

오늘날과 같은 우리나라를 만든 일꾼이라 자칭하기도 하고

농경사회로부터 산업사회, 정보화 사회를 아우르며 

서구에서 600여년이 소요된 기간을 60년 사이에 압축체험한 세대이다.

그만큼 일하는 것에 몰두하며 업무 오리엔티드된 세대인 것이다.


그 세대가 오늘날 정년이 되어 직장에서 퇴직하기 시작하였다.

사실 체력이나 건강상태로 보면 아직도 일을 더 할 수 있는 나이인데도 

지난 IMF 외환위기 때 부터 터져나온 정리해고의 물결에 휩쓸리듯

퇴직을 하며 놀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내 주위에 있는 친구들을 살펴보면 

이 나이에 놀기 시작하는 게 무슨 큰 죄나 짓는 것처럼 떳떳해 하지 못하고 

아직도 직장에 붙어있는 녀석들은 바쁜게 무슨 대단한 훈장인양 

은근히 과시하려는 녀석들도 있는 것 같다. 


나 역시도 바쁘지 못하면 뭔가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것 같고

미안하기도 하고 부끄럽기까지 하다.

개발독재시대에 형성된 사고방식- '열씨미 일하며 돈버는 것이 선이며 

노는 것은 악이다' 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살아온 타성은 아닌지.


사실 좋아서 하는 일이거나 사회를 위해 본인이 꼭 해야될 일이라면 모를까 

보다 더 잘 먹고 살기 위해서 아직까지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면 

그리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 나이엔 돈벌이의 의무에서 벗어나 여유를 가지고 

그동안 시간이 없어서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 나가며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일들을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내가 가끔 얘기하듯이 학창시절엔 국영수가 중요했지만

우리 나이가 되어서는 예체능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무슨 비리를 저질러 직장이나 현직에서 물러난 것이 아니고 

한평생 가족과 사회를 위해 열씨미 일하다가 

때가 되어 퇴직한 사람들을 인정해 주는 사회 분위기가 일반화되면 

바쁘지 못해 불안해 하는 사람들도 줄어들 것이라 생각해 본다. 










바쁘기 위해 완주군 구이면에 조성하고 있는 감나무 밭.

이번에 4년생 묘목 100주를 심었는 데

농사 경험이 없는 탓으로 잘 키울 수 있을지 걱정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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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백발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