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집에서 그동안 밀렸던 양말과 속옷가지 빨래도 하였고 하룻밤 잘 지낸 우리는 오전엔 볼티모어 시내 동쪽지역에 위치한 친구네 가게에 들렀다가 예전에 이곳 볼티모어에서 자주 만났던 선배님을 뵈러 볼드윈 지역으로 향했다. 볼드윈 지역은 볼티모어 외곽 북동쪽에 위치한 전원지역으로 고급 주택이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거의 30년만에 만난 선배님께서는 정원에서 골프 연습을 하시다가 정정한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주셨다.
우리가 볼티모어에서 거주하던 시절, 선배님께서 새집을 장만하셨다고 해서 방문한 적이 있었는 데 그 때 그 집은 어디 가고 이제는 전혀 다른 느낌의 집이 되어 있는 것 아닌가? 그동안 세월이 흐르면서 집주변의 나무들이 자라고 마당 잔디밭도 잘 가꾸어져 있어서 웬만한 쇼트 아이언이나 어프로치 연습이 가능한 상태의 집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우리 부부를 너무나도 반갑게 맞이 해주시는 선배님의 안내를 받아 마을 주변을 돌며 전원풍경을 감상한 다음 선배님께서 볼티모어의 특산물인 크랩을 사주시겠다며 마을 해산물 집으로 우리를 안내하셨다. 자칫 빠트릴 뻔한 볼티모어 크랩을 먹어볼 기회를 마련해 주신 선배님의 세심한 배려가 고마웠다.
점심식사후 마을 가게에서 커피도 한잔 마시고 로크 레이븐 리저보아 주변을 드라이브 하노라니 오래전 미국 생활하던 시절의 기분이 되살아난 느낌이었다. 클래식 음악감상이 취미이신 선배님 댁 거실에 앉아 짧은 시간이나마 음악감상도 하고 옛이야기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오래된 클립시 스피커와 턴테이블, 수많은 LP판과 DVD 등을 보면서 미국에서의 노후를 만끽하시는 선배님이 부러웠다. 선배님께서는 자꾸 하룻밤 묵고 가라고 하셨지만 저녁엔 워싱턴에 가서 이전 수출입은행에서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과 식사 약속이 되어 있어서 가봐야 된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볼티모어와 워싱톤간 거리는 대략 40마일 정도 되는 가까운 거리인데 예전에 내가 살 때에는 두도시간 직선 도로가 4~5개 정도 있어서 교통량이 그리 많지 않았고 수시로 다니던 곳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마도 미국내 가장 교통체증이 심한 곳으로 뉴욕보다도 워싱턴을 꼽는다 하니 서둘러 출발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미국에 도착하여 연락을 취한 수출입은행 워싱턴 사무소장 역시 나와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후배이며 저녁을 함께 하기로 한 세 분 모두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직장 동료였기에 한시라도 빨리 가서 만나고 싶은 마음이었다. 숙소는 워싱턴 사무소에서 예약해 준 Staybridge Hotel 로서 이번 미국 여행중 가장 좋은 호텔이었으며 한국인 주재원들이 많이 거주한다는 매클린 지역에 위치해 있어 여러모로 편리한 곳이었다. 볼티모어에서 4시 반 정도 출발한 우리는 퇴근길 러쉬아워의 복잡한 교통사정에서도 나름 한국의 서울에서 익힌 운전 솜씨를 발휘하여 5시 반 정도에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잠시후 호텔로 찾아온 워싱톤 사무소장 일행과 반갑게 조우한 다음 저녁식사 장소인 소주사랑으로 출발. 그곳에서 여행중 좀처럼 먹어보기 힘든 생선회를 안주삼아 술한잔 하면서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옛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모두들 우리 집에 한번 정도는 다녀갔던 분들로서 우리 마눌님도 구면일 뿐더러 나의 그 당시 행적들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어서 혹시 내가 뭐 과거에 잘못 행동한 것은 없었는지 겁이 날 지경이었다. 아마도 그러한 나의 허물은 모두 잊고 뒤늦게 미국을 방문한 옛 선배를 그처럼 환대해주신 후배들에게 이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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