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잠이 들었다가 눈을 뜨고 보니 새벽 1시밖에 되지 않았다. 가벼운 최첨단 소재로 만들었다는 침낭은 그야말로 무용지물. 보온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바닥면의 쿳션 역할도 해주지 못해 온몸이 춥고 결렸다. 이후 자다 깨다를 반복하면서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다시피 하고 있다가 새벽 6시 30분경 몸을 일으켜 자동차 밖으로 나왔다. 아침 7시면 오픈한다는 커피샵에 가서 뜨거운 커피 한잔과 간단한 먹을 거리를 사서 언 몸을 녹일 요량이었다.
그런데 한참을 기다려 7시가 넘었는 데도 가게문이 열릴 기미를 안보인다. 이럴 리가 없는 데.... 조금 후 알게 된 사실은 아뿔사!! 하필이면 어제 저녁 새벽 2시를 기해 섬머타임 시간 조정이 있어 1시간이 늦춰졌다는 것이다. 하느님도 무심하시지... 이건 좀 너무 심하지 않사옵니까? 원망스런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아침이 되기 전 차안에서 새벽시간을 보내다가 마지막 한 시간이 추가되어 기다리는 동안 난 정말 시간의 상대성원리가 진리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였다. 이렇게 긴 1분, 1초를 그동안 나는 너무 쉽게 허비하지 않았을까? 아마도 이번 여행에서 얻은 최고의 교훈은 '시간의 소중함'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둔한 나로서는 금방 또 잊고 말테지만....
어찌됐건 시간은 흘러 가게문이 열리고 커피 한잔을 마시고 나니 서서히 살아나는 기분이 들었다. 비상용으로 가져갔던 전기코펠로 누릉지를 끓여 볼티모어 친구가 준 김치로 아침을 먹었는 데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아침 식사가 아니었나 싶다. 이제 잠시 후 블루릿지 정상에서 동녁하늘에서 떠오를 태양을 보며 장엄한 아침을 맞기만 하면 될터인 데 날씨가 영 그게 아니다. 어제 저녁 내린 비로 운무가 꽈악 끼어 일출을 보기가 어렵게 된 듯하다. 사실은 어제 저녁 식당 건물에 걸려있는 윗 사진을 보며 하룻밤 고생하면 장엄한 아침햇살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기운을 북돋았었는 데.... 밤새 머릿속에 그리며 기다리던 눈부신 일출장면은 아쉽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고 이제 발길을 돌려 귀국의 수순을 밟기로 했다.
쉐난도아를 떠나면서 영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곳곳에 마련된 전망대마다 쉬어가며 스카이라인 드라이브를 주행한 결과 공원을 빠져나온 시각이 대략 정오쯤. 오후에는 콧노래로 학창시절 즐겨 들었던 John Denver의 Country Road Take me Home을 불러가며 웨스트 버지니아의 숲길을 즐기며 달렸다. 도중에 예전 미국생활 시 즐겨 들렀던 야드세일(yard sale) 팻말이 있길래 그곳에 들러 구경도 하면서 재미삼아 1불짜리 접시도 하나 샀다. 부피도 작고 미국에서 이렇다할 기념품을 산 게 없어서 그냥 미국판 이조백자 수준의 골동품이라 믿고 산 것이다. 귀국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더니 영국의 유명한 그릇 상표인 웨지우드의 모태가 되는 Wood & Sons사 제품으로 덕분에 그릇에 대한 공부도 좀 하게 되었고 아무튼 골동품이라 믿으면 골동품이 되는 거다.
미국을 떠난다는 아쉬움에 미적거린 탓일까? 아니면 광활한 미국의 땅덩어리 탓인가? 한참을 달려도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고 저녁 때가 가까웠는 데도 워싱턴 지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무래도 오늘은 조금 일찍 모텔로 들어가 편안한 숙박을 즐겨보자는 생각으로 유서깊은 Harpers Ferry 부근의 Brunswick에 위치한 Oak Tree Inn으로 일찌감치 들어갔다. 그곳은 웨스트 버지니아주와 버지니아주, 그리고 메릴랜드주의 경계지역으로 내일은 조금 일찍 일어나 주변지역의 역사와 문화 관광을 곁들여 보기로 한 것이다.
Blue ridge mountains, Shenandoah river
Life is old there, older than the trees
Younger than the mountains, blowing like a breeze
To the place I belong
West Virginia
Mountain mamma, take me home
Country roads
Modest lady, stranger to blue water
Dark and dusty, painted on the sky
Misty taste of moonshine, teardrop in my eye
To the place I belong
West Virginia
Mountain mamma, take me home
Country roads
Radio reminds me of my home far away
Driving down the road I get a feeling
That I should have been home yesterday, yester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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