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일정이 촉박해져서 보스톤에 들를 여유가 없어졌다. 오늘 밤 자정 효은이가 한국행 비행기를 타야 되기 때문에 우린 다시 뉴욕으로 가야될 상황이다. 프레이밍햄에서 바로 뉴욕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이제는 95번 고속도로를 타고 남서쪽으로 달렸다. 최초 계획에 의하면 메인주까지 올라가서 랍스터를 먹는 것이었으나 이제는 뉴욕으로 가는 길에 눈에 띄는 해산물 가게에 들러 랍스터를 먹어야 할 판이다. 그래서 들른 곳이 프로비던스이다. 그곳에서 브라운 대학을 한바퀴 돌았는 데 비가 온 뒤라서 그런지 바람이 거세게 불어 걸어다니면서 시간을 보내기가 쉽지 않았고 아직 점심 때가 되지 않은지라 좀 더 내려가 보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뉴헤이븐에 위치한 레드 랍스터라는 레스토랑에 도착한 것이 대략 12시경. 우리는 그곳에서 랍스터로 식사를 하고 메인주까지 올라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다. 식사를 마친 후 그곳이 유명한 예일대가 있는 곳이라는 것이 생각나 예일대에 들러 보기로 하였다. 예전 미국에서 우리 가족들이 동부지역을 여행할 적에 보스톤에 들러 하바드, MIT 등 유명 대학은 둘러 보았으나 예일대는 가보지 못했었다. 예일대에 도착하였을 땐 날씨도 한층 좋아졌고 비가 온 뒤의 청결함과 예일대의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어울려 정말 아름다운 풍광을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그곳에서는 설립자의 구두인가? 발끝을 만지면 3대 안에 예일대에 입학하는 자손이 나온다는 속설 때문에 구두가 반질반질해 진 동상이 있어서 우리도 만져 보았다.
뉴욕에 근접해 갈수록 교통도 복잡해 지고 차량도 많이 밀렸다. 그때 내 눈앞에서 승용차 한대가 엄청나게 큰 트럭에 옆구리를 치여서 한바퀴 빙그르 도는 사고를 눈앞에서 목격하였는데 내가 재빨리 브레이크를 밟으며 옆으로 비켜섰기 망정이지 하마트면 미국까지 와서 교통사고를 당할뻔 하였다. 정말 아찔했던 순간이었다. 운전 조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졌다. 케네디공항에 도착한 시각이 대략 저녁 8시경. 비행기가 이륙할 시각이 상당히 남았지만 우리도 빨리 뉴욕을 벗어나야 했기에 효은이를 공항에 내려놓고 다시 남쪽을 향하여 달렸다. 뉴욕 부근 도로는 왜 이리 복잡한지 27년 전에도 뉴욕 부근에만 오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더니 지금도 그 증상엔 변함이 없었다. 아마도 유명한 뉴저지 턴파이크가 복잡한 도로체계 때문에 그처럼 악명이 높아진 것이 아닌가 싶었다.
95번 도로를 타고 내려가다가 날도 어두워졌고 오랫동안 운전을 하느라 지친 상태여서 숙소를 구하기 위해 휴게소에 들러 숙박안내 팜플렛과 벽에 붙어있는 안내광고판 등을 훑어 보았다. 다음 출구(exit) 가까이에 위치한 Traveller's Inn으로 가기로 결정하였다. 해당 출구로 나서서 내비가 안내하는 대로 차를 몰았는데 광고판에 나와있는 그림과는 달리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깜깜한 밤길을 달린 뒤에야 모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내가 짧은 영어 탓에 미국에 와서 첫 에피소드를 만들게 된다. 입구에 위치한 사무실에 들어가 방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있다고 하면서 한명이냐고 묻길래 두명이라면서 두손가락까지 펼쳐가며 얘기해 주었다. 키를 받아 들고 방에 들어가서 샤워를 하고 난 뒤 너무 피곤했던 나는 곧 잠에 골아 떨어졌는 데 갑자기 한밤중에 난리가 난 거다. 마누라가 옆에서 벌벌 떨면서 전화통이 수십번 울리고 어떤 녀석이 창문을 마구 두드린다면서 나를 깨웠다.
졸린 눈을 부벼가면서 방문을 열었더니 아까 나에게 키를 준 직원이었다. 2시간 쇼트타임을 사용키로 했는 데 왜 안나가느냐고 묻길래 이게 무슨 소리? 한참 동안 설명끝에 서로 미스커뮤니케이션이 있었다고 인정하고 추가 요금을 더내고 하루밤을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아마도 그 직원이 나에게 원아워? 하고 물었었는데 난 사람이 한명이냐고 묻는 것으로 알아듣고 투퍼즌 이라고 답했고 그녀석은 투아워라고 알아 들었던 것. 미국에도 대실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네. 모텔도 후지더만 그런 곳을 찾는 남녀도 있나? 아니면 트럭운전사들이 잠깐 한숨 자고 가는 것인지...
문제의 Traveller's Inn을 구글맵에서 찾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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