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온지 2주가 되니 시차적응이 완전히 되었는지 새벽 4시만 되면 잠이 깬다. 늙은이들은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새벽 일찍 잠이 깨는 것이 보편화 된 게 아닐까? 이날은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새벽 3시에 눈을 떴다. 눈을 뜨고 생각해 보니 오늘은 드디어 미국 여행 마지막 날. 내일이면 11월 8일, 뉴욕 케네디 공항을 떠날 예정이다. 내일 비행기가 12시에 이륙할 것이므로 공항엔 일찍 나가 렌터카를 반납하고 탑승수속도 밟아야 된다. 그래서 마지막 날 숙박은 뉴욕 근처, 가능하면 케네디 공항근처에 숙소를 정하는 게 좋을 것이라 생각하고 인터넷 검색을 통한 공항근처 숙소 예약 작업에 돌입하였다.
직접가서 찾아보면 어떨지 모르겠으나 케네디 공항근처엔 인터넷으로 떠오르는 숙소가 별로 없었다. 있다고 해도 가격이 비싼 것으로 보아 우리가 묵을 가격대의 숙소는 시설이 형편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공항에서 1시간 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묵고 아침 일찍 공항으로 나가는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그래서 뉴저지 지역을 검색해 보았더니 Hotel Executives Suites 라는 나름 평판도 좋고 시설도 정갈해 보이는 숙소가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앱으로 나타나는 절차에 따라 계속 yes를 눌러대면서 후다닥 예약작업 종료. 근데 뭔가 기분이 찜찜했다. 새벽에 아직 잠이 덜깬 상태에서 작업을 한 탓일까? 숙박일자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 같았다.
언젠가 기원이가 준 전기코펠.. 생각 나지? ^^
당초 계획은 어차피 예약한 호텔엔 밤늦게 들어가도 될 터이니 호텔방도 잡아놨겠다 미국에서의 마지막 날을 한없이 뭉그적거리며 구경을 하다가 뉴욕에 올라 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게 뭔가? 호텔 예약 날짜가 불확실한 데 다가 자칫 돈만 날릴 상황에 처하게 되어 마음이 산란했다. 할 수없이 오늘은 뉴욕을 향해 가는 길 중간에 애미쉬 마을에만 들렀다가 뉴욕의 예약된 호텔로 향하기로 했다.
모텔 6는 아침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 예전에도 그랬던 것 같은 데 우리 식구 5명이 미국 서부를 1달여에 걸쳐 여행을 할 때 모텔 6 체인을 활용하였다. 숙소에서 전기밥솥으로 밥을 해 가지고 나가서 곳곳에 펼쳐져 있는 공원이나 식탁을 찾아 아름다운 자연풍광을 즐기며 식사를 하던 추억이 지금도 새롭다. 그래서 였을까? 어제 저녁도 그리고 오늘 아침도 모두 모텔 6에서는 방안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미국 여행이 모두 좋았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것은 음식이다. 중간에 지인들과 함께 한 식사를 제외 하고는 미국 음식은 좋은 식당이건 싸구려 식당이건 모두 짜거나 튀긴 음식으로 입맛에 맞지 않고 건강에도 좋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다음에 혹시 미국을 여행할 기회가 다시 오면 식사는 해서 먹는 것으로 마눌님과 합의를 하였다.
요크 주변 수스케한나강의 아름다운 강변도로를 한바퀴 돌아 구경한 다음 애미쉬 마을로 향하였다. 그처럼 아름다운 강변 도로에는 지나가는 차량을 발견하기 힘들었으며 곳곳에 펼쳐져 있는 골프장에도 플레이하는 사람을 찾아 보기 힘들었다. 골프장에 들러 가격을 물어보니 주중엔 20불, 주말엔 25불이라 한다. 내 경험상 미국엔 캐디나 카트피가 없으므로 시간되면 언젠가 골프를 치기 위해서라도 미국에 다시 한번 올 일이다.
애미쉬 마을은 정확한 목표지점을 특정하기 어려워 관광안내서에 나와 있는 The Amish Farm and House라는 곳을 찍어 그리로 향하였다. 가서 보니 애미쉬지역 관광안내소로서 그곳을 출발하여 애미쉬 마을을 둘러보는 버스투어도 있었고 건물내에 기념품 가게도 있어서 일단 애미쉬 마을을 관광하기 위한 출발지로서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게티즈버그나 애미쉬마을의 버스투어는 나중에 유튜브를 찾아 보면 훨씬 쉽게 알아들을 수 있고 자세하게 나와 있을 것 같아 그리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또한 우리가 그곳에 도착하기전에 이미 애미쉬 마을 분위기를 한껏 느끼며 달려왔고 예전 우리가 찾던 시절의 애미쉬 마을이 아닌 상업화 되어버린 느낌이 들어 과거 애미쉬 마을을 처음 찾았던 때의 기억만을 간직키로 하고 그곳을 떠났다.
이제 그곳에서 예약된 호텔까지 경로를 내비로 찍어보니 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2시간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나온다. 펜실바니아 전원지역은 미국의 초기 이민시절부터 많은 유럽인들이 정착한 곳이라서 그런지 분위기가 유럽과 비슷하다. 넓게 펼져진 구릉지역 곳곳에 마을과 농장들이 자리잡고 있고 조그만 도심에는 유럽의 광장과 같은 느낌의 회전 교차로와 교회 건물, 시청사 등이 있어서 웬지 광활한 느낌의 미국이 아닌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유럽의 시골풍경이 느껴진다. 그래서 고속도로를 피하고 가급적 펜실바니아주 시골길을 택하여 경치를 즐길만한 국도로만 달렸더니 뉴욕까지 약 5시간이 소요되었다.
드라이빙을 즐기는 과정에서 점심으로 무얼 먹을까 논의해 보니 이번 여행중 가장 좋았던 것은 맥주에 KFC의 핫윙이었다라는 결론하에 부단히 KFC를 찾았으나 시골길에 KFC가 있을리 없고 할 수 없이 버지니아주와 뉴욕주의 경계선인 델라웨어강을 지나자 마자 위치한 French Town이라는 조그마한 도시에 있는 이탈리안 피자집 앞에 차를 세웠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피자를 한번 먹어볼 생각으로 주인에게 짜지 않고 맛있는 피자를 좀 추천해 달랬더니 자기는 소금을 하나도 치지 않는 데 치즈가 짜서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을 늘어 놓는다. 시켜먹어 보았더니 역시 실패.
뉴욕부근에 도착한 시각이 대략 오후 4시경. 날씨는 컴컴해지고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차량은 한없이 밀리고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호텔 예약 여부가 궁금하여 천신만고 끝에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프론트로 달려가 예약을 했다면서 크레딧카드를 내밀었다. 아니나 다를까 한참동안 컴퓨터 화면을 훑어보던 프런트 직원이 나에게 Mr. Shim 으로 예약된 룸이 없다는 거다. 자세히 좀 체크해 보라며 다그치자 11월 27일에 예약이 되어 있댄다. 그동안 대부분의 모텔은 숙박일자가 자동으로 예약당일 일자로 떠 올랐는 데 이곳은 어플 제공회사가 익스피디어라서 그랬는지 아니면 조금 규모가 있는 호텔이어서 그런 건지 20일 이후 일자가 자동으로 떠올랐던 거다. 호텔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방법을 문의 하였다. 그랬더니 예약회사에 전화를 걸어 예약된 일정을 취소하고 오늘 저녁 호텔방을 신규 예약 하는 수 밖에 없댄다.
한국에 있는 담당회사에 전화를 걸어보니 영업시간이 종료되었다는 음성메시지만 반복되고 있어서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다행이 호텔에 빈방은 있다고 해서 우선 방부터 잡아 값을 치루고 호텔방에 짐을 풀었다. 바깥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날은 일찍 어두워져 일찌감치 호텔에 짐을 풀고 내일 귀국할 준비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이제 미국을 떠나야 된다는 생각에 조금 섭섭한 기분이 들었을 뿐.... 호텔내 시설도 훌륭하였다. 저녁 7시, 한국시각 오전 9시가 지나서야 한국 담당회사와 전화를 해서 우여곡절 끝에 예약금을 돌려받기로 하였다. 호텔 프런트 직원의 친절과 한국 익스피디아사 담당직원에게 고마움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