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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1. 22. 08:57 여행잡담

드디어 미국을 떠나는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호텔내 식당에 준비되어 있는 식사를 마친 다음 JFK공항으로 향하였다. 밤새 내린 비로 도로는 촉촉히 젖어 있었으며 바람도 세게 불고 있어서 웬지 기분이 우울하였다.  공항까지 소요시간을 체크해 보니 새벽에는 40분 정도로 나와 있었는 데 지금은 1시간 10분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나온다. 아마도 뉴욕의 아침 출근 시간에 겹쳐 시간이 흐를수록 소요시간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숙소인 Executives 호텔에서 JFK 공항까지의 경로


95번 도로 바로 곁에 위치한 Executives 호텔은 여러모로 만족스러워서 다음에 미국에 올 기회가 있으면 다시 찾고 싶은 숙소이다. 지난번 대실 소동이 있었던 트래블러즈 인 과는 비슷한 지역에 위치해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모든 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월한 곳인데도 가격 차이는 별로 나지 않는 것을 보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가 엄청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미국에서는 '정보의 비대칭성'에 따른 비용 차이가 현격하기 때문에 정보 검색능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아마도 내가 겪고 기록한 이런 여행기 보다도 더욱 잘 정리되고 유용한 내용도 인터넷상 어딘가엔 있을 것이 분명한 것 처럼....


공항까지 가는 길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마도 내가 미국에 와서 운전하면서 가장 집중력을 발휘해서 운전한 시간이었다. 제대 말년에는 떨어지는 가랑잎도 피해가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미국에 와서 교통사고가 날 뻔한 순간이 두 번 있었는 데 한번은 뉴헤이븐에서 뉴욕으로 올 때 큰 트럭에 부딪친 차량이 내 눈앞에서 빙그르 돌던 사건이고 한번은 엊그제 요크에서 북요크 숙소지역으로 가던 중 내 앞의 차량이 메인도로에 들어서기 전 갑자기 급정거 하는 바람에 하마트면 추돌할 뻔한 일이 있었다.


구글맵 캡쳐 사진


그런데 뉴욕에서 공항까지 가는 길은 왜 이리 밀리나? 항상 정체현상을 빚고있을 뿐만 아니라 통행료만 해도 20불에 가깝다는 Verrazano Narrows Bridge를 짧은 미국 체류 기간동안 4번씩이나 다니고 있는 내 자신을 보니 뉴욕이 바닷가 섬지역에 위치해 있는 데다가 교량이나 도로를 건설하기가 그리 쉽지 않은 상태의 악조건 지역에 위치한 것 때문이 아니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리 사람들은 열악한 환경을 찾아들까? 그것 또한 새롭게 생각해 볼 문제인 것이다. 


어찌됐건 무사히 Hertz 렌트카 차고에 도착하여 차량 반납을 마치고 스카이 트레인을 타고 공항으로 향하는 내 기분은 시원섭섭하였다. 까다로운 출국절차를 거쳐 탑승대기 구역에  이르러 남은 잔돈을 모두 털어 맥주 한잔을 마시고 있는 순간의 기분이라니.... 이제 비행기를 타고 한국까지 14시간 정도 걸려 11월 9일 오후 4시에 서울공항에 도착하면 이번 미국여행은 마치게 된다.




* 후기 : 귀국 비행시 이번에도 잠을 별로 자지 않고 영화만 6~7편을 보았다. 그러고 보면 나는 영화도 좋아하는 듯...  타임 투게더, 인터루드 인 프라하, 박열, 카3-새로운 도전, 더 위저드 오브 라이즈 등... (기억을 위해 적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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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백발노인
2017. 11. 22. 07:23 여행잡담

미국에 온지 2주가 되니 시차적응이 완전히 되었는지 새벽 4시만 되면 잠이 깬다. 늙은이들은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새벽 일찍 잠이 깨는 것이 보편화 된 게 아닐까? 이날은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새벽 3시에 눈을 떴다. 눈을 뜨고 생각해 보니 오늘은 드디어 미국 여행 마지막 날. 내일이면 11월 8일, 뉴욕 케네디 공항을 떠날 예정이다. 내일 비행기가 12시에 이륙할 것이므로 공항엔 일찍 나가 렌터카를 반납하고 탑승수속도 밟아야 된다. 그래서 마지막 날 숙박은 뉴욕 근처, 가능하면 케네디 공항근처에 숙소를 정하는 게 좋을 것이라 생각하고 인터넷 검색을 통한 공항근처 숙소 예약 작업에 돌입하였다.

 

직접가서 찾아보면 어떨지 모르겠으나 케네디 공항근처엔 인터넷으로 떠오르는 숙소가 별로 없었다. 있다고 해도 가격이 비싼 것으로 보아 우리가 묵을 가격대의 숙소는 시설이 형편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공항에서 1시간 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묵고 아침 일찍 공항으로 나가는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그래서 뉴저지 지역을 검색해 보았더니 Hotel Executives Suites 라는 나름 평판도 좋고 시설도 정갈해 보이는 숙소가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앱으로 나타나는 절차에 따라 계속 yes를 눌러대면서 후다닥 예약작업 종료. 근데 뭔가 기분이 찜찜했다. 새벽에 아직 잠이 덜깬 상태에서 작업을 한 탓일까? 숙박일자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 같았다. 


언젠가 기원이가 준 전기코펠.. 생각 나지? ^^


당초 계획은 어차피 예약한 호텔엔 밤늦게 들어가도 될 터이니 호텔방도 잡아놨겠다 미국에서의 마지막 날을 한없이 뭉그적거리며 구경을 하다가 뉴욕에 올라 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게 뭔가? 호텔 예약 날짜가 불확실한 데 다가 자칫 돈만 날릴 상황에 처하게 되어 마음이 산란했다. 할 수없이 오늘은 뉴욕을 향해 가는 길 중간에 애미쉬 마을에만 들렀다가 뉴욕의 예약된 호텔로 향하기로 했다. 


모텔 6는 아침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 예전에도 그랬던 것 같은 데 우리 식구 5명이 미국 서부를 1달여에 걸쳐 여행을 할 때 모텔 6 체인을 활용하였다. 숙소에서 전기밥솥으로 밥을 해 가지고 나가서 곳곳에 펼쳐져 있는 공원이나 식탁을 찾아 아름다운 자연풍광을 즐기며 식사를 하던 추억이 지금도 새롭다. 그래서 였을까? 어제 저녁도 그리고 오늘 아침도 모두 모텔 6에서는 방안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미국 여행이 모두 좋았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것은 음식이다. 중간에 지인들과 함께 한 식사를 제외 하고는 미국 음식은 좋은 식당이건 싸구려 식당이건 모두 짜거나 튀긴 음식으로 입맛에 맞지 않고 건강에도 좋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다음에 혹시 미국을 여행할 기회가 다시 오면 식사는 해서 먹는 것으로 마눌님과 합의를 하였다.  



요크 주변 수스케한나강의 아름다운 강변도로를 한바퀴 돌아 구경한 다음 애미쉬 마을로 향하였다. 그처럼 아름다운 강변 도로에는 지나가는 차량을 발견하기 힘들었으며 곳곳에 펼쳐져 있는 골프장에도 플레이하는 사람을 찾아 보기 힘들었다. 골프장에 들러 가격을 물어보니 주중엔 20불, 주말엔 25불이라 한다. 내 경험상 미국엔 캐디나 카트피가 없으므로 시간되면 언젠가 골프를 치기 위해서라도 미국에 다시 한번 올 일이다.



애미쉬 마을은 정확한 목표지점을 특정하기 어려워 관광안내서에 나와 있는 The Amish Farm and House라는 곳을 찍어 그리로 향하였다. 가서 보니 애미쉬지역 관광안내소로서 그곳을 출발하여 애미쉬 마을을 둘러보는 버스투어도 있었고 건물내에 기념품 가게도 있어서 일단 애미쉬 마을을 관광하기 위한 출발지로서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게티즈버그나 애미쉬마을의 버스투어는 나중에 유튜브를 찾아 보면 훨씬 쉽게 알아들을 수 있고 자세하게 나와 있을 것 같아 그리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또한 우리가 그곳에 도착하기전에 이미 애미쉬 마을 분위기를 한껏 느끼며 달려왔고 예전 우리가 찾던 시절의 애미쉬 마을이 아닌 상업화 되어버린 느낌이 들어 과거 애미쉬 마을을 처음 찾았던 때의 기억만을 간직키로 하고 그곳을 떠났다. 



이제 그곳에서 예약된 호텔까지 경로를 내비로 찍어보니 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2시간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나온다. 펜실바니아 전원지역은 미국의 초기 이민시절부터 많은 유럽인들이 정착한 곳이라서 그런지 분위기가 유럽과 비슷하다. 넓게 펼져진 구릉지역 곳곳에 마을과 농장들이 자리잡고 있고 조그만 도심에는 유럽의 광장과 같은 느낌의 회전 교차로와 교회 건물, 시청사 등이 있어서 웬지 광활한 느낌의 미국이 아닌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유럽의 시골풍경이 느껴진다. 그래서 고속도로를 피하고 가급적 펜실바니아주 시골길을 택하여 경치를 즐길만한 국도로만 달렸더니 뉴욕까지 약 5시간이 소요되었다.



드라이빙을 즐기는 과정에서 점심으로 무얼 먹을까 논의해 보니 이번 여행중 가장 좋았던 것은 맥주에 KFC의 핫윙이었다라는 결론하에 부단히 KFC를 찾았으나 시골길에 KFC가 있을리 없고 할 수 없이 버지니아주와 뉴욕주의 경계선인 델라웨어강을 지나자 마자 위치한 French Town이라는 조그마한 도시에 있는 이탈리안 피자집 앞에 차를 세웠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피자를 한번 먹어볼 생각으로 주인에게 짜지 않고 맛있는 피자를 좀 추천해 달랬더니 자기는 소금을 하나도 치지 않는 데 치즈가 짜서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을 늘어 놓는다. 시켜먹어 보았더니 역시 실패.


 

뉴욕부근에 도착한 시각이 대략 오후 4시경. 날씨는 컴컴해지고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차량은 한없이 밀리고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호텔 예약 여부가 궁금하여 천신만고 끝에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프론트로 달려가 예약을 했다면서 크레딧카드를 내밀었다. 아니나 다를까 한참동안 컴퓨터 화면을 훑어보던 프런트 직원이 나에게 Mr. Shim 으로 예약된 룸이 없다는 거다. 자세히 좀 체크해 보라며 다그치자 11월 27일에 예약이 되어 있댄다. 그동안 대부분의 모텔은 숙박일자가 자동으로 예약당일 일자로 떠 올랐는 데 이곳은 어플 제공회사가 익스피디어라서 그랬는지 아니면 조금 규모가 있는 호텔이어서 그런 건지 20일 이후 일자가 자동으로 떠올랐던 거다. 호텔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방법을 문의 하였다. 그랬더니 예약회사에 전화를 걸어 예약된 일정을 취소하고 오늘 저녁 호텔방을 신규 예약 하는 수 밖에 없댄다.


 

한국에 있는 담당회사에 전화를 걸어보니 영업시간이 종료되었다는 음성메시지만 반복되고 있어서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다행이 호텔에 빈방은 있다고 해서 우선 방부터 잡아 값을 치루고 호텔방에 짐을 풀었다. 바깥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날은 일찍 어두워져 일찌감치 호텔에 짐을 풀고 내일 귀국할 준비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이제 미국을 떠나야 된다는 생각에 조금 섭섭한 기분이 들었을 뿐.... 호텔내 시설도 훌륭하였다.  저녁 7시, 한국시각 오전 9시가 지나서야 한국 담당회사와 전화를 해서 우여곡절 끝에 예약금을 돌려받기로 하였다. 호텔 프런트 직원의 친절과 한국 익스피디아사 담당직원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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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백발노인
2017. 11. 21. 10:10 여행잡담

아침에 일어나서 차를 몰고 드라이브를 하였다. 주변지역을 돌다보니 아침해가 떠 오른다. 어제 쉐난도아 국립공원에서 맞으려 했던 아침햇살이다. 몇 컷 찍었다. 드라이브를 마치고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모텔에서 떨어져 별도로 지어진 식당에 들어섰다. 대부분 모텔에서는 아침식사를 그냥 부페식으로 차려놓은 상태에서 우리가 알아서 챙겨먹었는 데 이곳 모텔에서는 아침 식사를 제법 그럴 듯 하게 준비해 준다. 종업원이 직접 나서서 서빙을 하면서 토스트를 먹을 것인가? 와플을 먹을 것인가? egg는 스크램블이냐 후라이냐? 베이컨과 포테이토는 어떻게 해서 주느냐? 등 골고루 묻는다. 




아침식사 후 오전 일정을 논의해 봤는 데  마눌님께서는 주변의 미국 문화유적지를 보느라 헤매지 말고  오후에 게티즈버그를 들려가면 될 터인 즉 오전엔 근처에 아울렛 매장이 있으면 가 보자고 한다. 귀국할 때가 되니 쇼핑을 좀 하고 싶으신 모양이다. 지금껏 별다른 불만없이 잘 따라준 보상으로 그 말에 따르기로 했다. 근처 아울렛 매장을 검색해 보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Clarksburg Premium Outlets이 있다. 그곳에서 아이 쇼핑겸 물건 몇가지 사고 나니 오전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쇼핑센터에서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고 내비에 게티즈버그를 찍고 달렸다.



270번 고속도로와 15번 국도를 타고 달렸는 데 15번 국도의 주변 경치가 좋았으며 특히 도중에 Thurmont 지역의 풍광이 아름답다고 느껴져 나중에 기회 있으면 한번 다시 들러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Emmitsburg에 가까워 지면서 도로상에 National Shrine Grotto of Our Lady of Lourdes 라는 팻말이 보여 천주교 성지라 생각하고 둘러보기로 하였다. 들어가 보니 주차공간이 잘 구비되어 있고 분위기가 경건해 지는 기도공간도 마련되어있는 나그네 휴식처 같은 곳이었다. 미국의 가톨릭 성인 엘리자벳 앤 시튼이 이곳에 최초의 가톨릭학교를 설립하였으며 미국최초의 여성수도회인 '사랑의 시튼 수녀회' 설립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한 성지였다. 우리도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면서 미국여행 동안 잘 보살펴주신 주님께 감사하며 나머지 여행중에도 보살펴 주시라는 기도를 하였다. 성지 바로옆에는 Mt. St. Mary's University가 있었는 데 시간관계상 자세히 둘러보지는 못했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게티즈버그가 나타났다. 15번 도로상에서 게티즈버그로 진입하는 출구(exit)가 여러개 있었는 데 우리는 그중에서도 예전 볼티모어에서 접근하던 기억이 나서 볼티모어 파이크(97번 도로)와 연결된 출구로 나와 케티즈버그에 들어섰다. 그 길로 들어서서 얼마 되지 않아 Gettysburg National Military Park의 방문객 안내소에 들어섰다. 안내소 건물도 커다랗게 지어져 있고 예전에 우리가 찾았던 때와는 많은 것이 달라지고 정비된 느낌이었다. 게티즈버그 전장터를 돌며 설명을 해주는 관광버스도 생겼고 안내소 건물내에는 박물관과 기념품가게, 그리고 식당 등이 새로 들어서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이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받은 안내 지도에 따라 차량으로 전장터를 돌아보는 방법을 택하여 한바퀴 돌았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남북전쟁 당시 게티즈버그 전투를 계기로 북군이 우세를 점하여 승리로 이어진 결과 노예해방과 함께 미국이 단일국가로서의 기틀을 다지고 세계 최강의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수많은 미국인들이 이곳을 찾는 것이다. 곳곳에 세워진 기념비석과 동상, 그리고 안내판들이 당시의 전장 상황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었다. 내가 만약 미국인이었다면 역사의 현장인 이곳을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았을 텐데... 나중에 시간이 되면 미국 역사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고 다음 행선지로 발길을 돌렸다.





게티즈버그에서 요크까지 30번 국도를 따라 이동하였는 데 때마침 화창해진 날씨에 머리 뒤에서 비춰주는 햇살 조명이 그리 아름다울 수 없었다. 파아란 하늘에 뜬 흰 구름과 삽상한 공기가 손에 잡힐 듯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냥 이렇게 달리는 순간이 영원히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요크에 들어서니 도심지에 가까워 질수록  다소 교통이 복잡해 지고 옛날 건물들이 눈에 띄었다. 대형 상가에 주차를 하고 손주들에게 줄 선물과 몇가지 먹을 음식을 구입하다 보니 해가 저물었다. 그래서 요크 근처에서 하룻밤 묵고 가기로 하고 숙소 검색을 해보니 그리 멀지않은 곳에 추억의 '모텔 6'가 두군데나 뜬다. 



모텔 6는 우리가 그 옛날 미국에서 살며 여행할 때 자주 이용하던 숙소이다. 추억의 미국여행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모텔 6에서도 하룻밤 지내야 될 것 같기에 눈에 띄는 모텔 6로 들어가 방을 잡았다. 이전에 쓰라린 경험있는 지라 1시간이 아닌 하룻밤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확인을 하고 키를 받아 방안에 들어서자 담배냄새도 나는 것 같고 도로쪽에 가까워 소음도 있는 것 같아 방을 바꿔 달라고 했다. 방을 바꿨으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  


할 수 없이 아까 구입한 야채와 과일, 그리고 치즈를 안주 삼아 술 한잔 마시면서 그냥 하룻밤을 지내려 했는 데 웬걸 또 누가 창문을 두드리네. 커튼을 제치고 밖을 내다보니 좀 섹시한 회장을 한 여자가 뭐라고 떠들면서 창문을 두드린 거다. 아마도 나홀로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여인의 마케팅 활동이거나 어떤 녀석이 부른 여인이 방 홋수를 착각했거나 둘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나도 그 여인이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떠들어 대며 커튼을 덮어 버렸다. 이내 잠잠해 졌다.

 


하여튼 내가 묵은 모텔은 예전의 모텔 6가 아니었다. 근처를 둘러보니 신축한 모텔 6가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그곳보다 가격이 싼 이코노 롯지가 바로 옆에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그곳에 주차해 있는 차량 댓수와 차종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추억의 모텔 6는 그저 추억에서나 그럴 듯한 숙소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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