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올라와 친구들과 술 한잔 하면서 요즈음 지내는 이야기를 하던 중
예전과는 달리 취미활동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중 오랜 세월 테니스를 즐기는 것이 좋았다는 이야기와
그리고 쉽게 즐길 수 있는 취미로는 당구가 좋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그럼 식사 후 술을 한잔 더 할까? 아니면 당구를 치러 갈까? 라는 얘기 끝에
당구쳐서 진 팀이 술을 한잔 사는 것으로 결론 짓고 당구장엘 갔겠다.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해 잘 치는 사람 4명만 두팀으로 나뉘어 치기 시작하였는 데
나는 아무래도 하위리그에 머무는 실력이라 시합에 끼지는 못하고 구경만 하였다.
요즈음엔 노후 스포츠로 즐길 만한 게 당구만한 것도 없고
당구도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아 고등학생들도 당구장 출입이 가능하다 하니
하루 빨리 당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털고 나도 한번 잘 쳐볼 일이다.
당구시합을 보면서 내내 즐겁게 웃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 데
그것은 나로서는 난생 처음 들어 본 '당구 십계'라는 것과
그것을 실천해 나가며 경기를 하는 두 팀을 보는 것 때문 이었다.
당구 십계
1. 가급적 후로꾸를 쳐서 상대방 기를 죽인다.
2. 수시로 말로 겐세이를 함으로써 상대방의 정신을 흐트린다.
3. 스포츠 정신에 입각한 철저한 견제와 몸쓰기를 병행한다.
4. 후로꾸를 칠 때에는 필히 장타로 연결 시킨다.
5. 장타후에는 반드시 디펜스를 확실히 한다.
6. 상대의 삑사리는 박장대소로 응수한다
7. 어려운 공을 칠 때에는 긴 인터발로 상대의 심기를 흐트린다
8. 돈이 걸린 게임은 친구나 부모,형제도 없다는 자세로 임한다.
9. 게임 중간에 이겼다 판단되면 차나 음식을 마구 주문한다.
10. 게임에 승리한 후 계산시 동전은 보조 해 준다.
오늘 새벽 미사에 참석시 제1독서로 '모세의 십계'를 들었더니
저녁 땐 이처럼 재미있는 '당구 십계'를 듣게 될 줄이야...
아무튼 인생은 즐거운 거다.... 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