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주일미사 참례를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 데
마눌님께서 냉장고가 고장이 나서 불이 들어오지 않는 댄다.
이게 무슨 소리??
나는 전기제품이 불이 들어지 않는 것은 휴즈가 나갔거나
콘센트 접촉문제일 거라며 파워선을 정비하여 냉장고를 다시 켜 보니
불이 들어오긴 들어 오는 데 곧 바로 다시 꺼져 버린다.
다시 한번 시도해 보아도 마찬가지...
마눌님께서는 냉장고 구입한지 7년이나 되었다며
이번 기회에 아예 신제품으로 한번 교체해보자는 야욕을 드러냈지만
오늘이 일요일인지라 A/S 연락하기도 마땅치 않은 데다가
이 더운 여름에 냉장실, 냉동실에 꽉 차있는 내용물 처리가 당장 문제였다.
일단 오전 미사후 어머님을 모시고 천호성지에 다녀온 다음
집에 돌아와 보니 아무래도 냉장고 고장난 것이 상당한 스트레스를 준다.
평온했던 나의 일상에 이 무슨 변고란 말인가?
비록 냉장고 수리엔 문외한이지만 아무래도 내가 고치는 수밖에 없겠다 생각하고
우선 인터넷에서 해당모델의 매뉴얼을 찾아 자세히 살펴보고
냉장고 고장 증상별 수리방법을 검색해 보았는 데도
역시 뾰족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는다.
할 수없이 냉장고를 낑낑대며 옮겨놓은 다음
뒷면부터 분해하여 부품 하나 하나를 살펴 보았더니
전자 회로기판에서 콘덴서 하나가 맛탱이가 간 것을 발견,
기판만 별도로 분리해 가지고 시내 전자부품상을 찾아 나섰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모든 부품상들이 문을 닫았드만
다행히 모래내 시장 귀퉁이에 있는 조그만 전자제품 수리점을 겨우 하나 찾아내어
문제의 콘덴서를 교체해 달라 했더니 맞는 규격의 제품이 없다 해서
문제가 생기면 다시 고쳐주기로 하고 일단 비슷한 용량의 콘덴서로 교체하였다.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그래서 지금은 냉장고가 쌩쌩 잘 돌아간다는 이야기..
하마트면 100만원 이상 들어갈 냉장고 교체비용을 단돈 1,000원으로 막았을 뿐더러
잠시나마 마눌님의 경탄과 존경을 한몸에 받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갑작스레 전혀 예상치 못했던 냉장고의 고장으로 부터 연유된 걱정과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고쳐져 버린 지금 이 순간의 평온함을 대비해 보면
우리의 평온한 일상이 사실은 모든 것이 고장없이 잘 굴러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범사에 감사하라'는 성경 말씀을
새삼 깨닫는 하루가 되었다는 것이 더욱 커다란 즐거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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