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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20. 16:33 여행잡담

전날밤 늦게 찾아든 펜션은 아침에 깨어나서 보니 앞쪽에 바다가 보이고 서귀포 KAL호텔이 위치해 있는 펜션지역으로 서귀포내에서 고급 주거지인듯 보였다. 어제 눈보라가 쳤던 탓인지 하늘은 청명하고 아침날씨가 너무 상쾌하였다. 뚜렷한 계획이 없는 우리는 일단 숙소 주위부터 돌아 보기로 하였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쇠소깍이 위치해 있어 그 곳에서부터 해안올레길을 따라 여행을 시작하였다. 날씨는 정말 최고였으며 하루종일 어디에서든 한라산 정상이 뚜렷이 보였다. 이런 날씨를 보지 못하고 어제 저녁 떠나버린 아이들 생각에 어찌나 가슴이 아프던지... ㅎ ㅎ   

 









근데 마눌님이 자꾸 가게에 들어서 귤이라도 사고싶어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마도 서울에 있는 장모님을 비롯한 처가식구들 생각에 그런 듯... 이럴땐 재빨리 마눌님의 비위를 맞춰두는 게 가정의 화평을 위해 좋다. 밀감 두박스를 사서 택배로 처갓집에 보내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효돈동과 보목동 주위를 돌다보니 제지기 오름이라는 자그마한 동산이 보인다. 일단 해안가를 훑어보고 난 다음 제지기 오름에 올랐다. 산은 가파랐으나 그리 높은 산은 아니어서 쉽사리 올랐으며 정상에 올라보니 바다와 한라산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었다.





지금은 영업을 하지않는 파라다이스 호텔 풍광이 너무 멋있어서 진입하려했더니 입구를 지키던 경비가 막는다. KAL호텔에서 인수를 하여 당분간은 언제 영업을 개시할지 모르는 상태로 현재는 경내 관리만 하고있는 상태라 한다. 옆에 소정방폭포로 가는 올레길이 있어서 접어들고 보니 소정방 폭포 옆에 제주 올레 본부가 위치해 있었다. 제주 올레를 만든 서명숙씨의 집무실도 그곳에 있다고 한다. 그곳에서 올레관련 책자 두권을 샀다.




소정방폭포 구역 동쪽 끝에는 '서복 전시관'이 있었는 데 입장료가 제주도민은 무료, 관광객은 500원이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입장료를 받는 탓이지 아니면 볼 것이 많은 제주도에서 상대적으로 보잘 것이 없는 탓인지 관람객이 한명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들어가서 보니 탁트인 바다를 향해 세워진 각종 조형물과 전시관 그리고 잘 가꾸어진 정원이 정말 볼만한 곳이었는 데...  서복이란 사람은 진시황제로 부터 불로초를 구해오라는 명령을 받고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에 까지 다녀간 사람으로 이곳 정방폭포에 자신이 다녀간다는 표시를 했던 사람이라 한다. 



제주도청에서 작성한 제주 관광홍보물에서 '서복전시관' 부분 발췌

 서복전시관

서복전시관 전경

 

서복전시관 전경

 

서복전시관 전경

 

중국 진시황 때 사자 서불(徐福=徐市)이 삼신산의 하나인 한라산에서 불로초를 구하려고 동남동녀 500쌍을 거느리고 동쪽으로 왔다가 정방폭포 암벽에 '서불과지(徐市過之)'라는 글자를 새기고 서쪽으로 돌아갔다고 전해지고 있다. 서복전시관은 이러한 설화에 기초하여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에게 문화적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정방폭포 인근에 건립되었다
전시관에는 서복전시실(불로불사의 꿈·서복의 여정·영주산 시로미 등 서복문화전시)과 서귀포시역사관(자연·역사·문화사료전시)이 있으며, 주변해안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와 쉼터 등이 조성되어 있다. 중국과 일본의 역사를 잇는 구비문화유적으로서 자원적 가치가 높다.

 

 

 

 

 

 

 

 

 

 

 

 

 

 

 

 

 

 

 

 

 

 

 

 

 

 

 

 

 

 

 

 

 

 

 

 

 

 

 

 

 

 

 

 

 성   인

청소년/군인

어린이

노  인

유공자/장애인

주차료

500원

300원

300원

무 료

무 료

무 료

◆ 문  의 : (064)735-3225 (서귀포시 문화공보실)
◆ 교통편: 제주국제공항 →서부산업도로 →중문관광단지 →제주월드컵경기장 →서귀항 →정방폭포(제주국제공항 →5ㆍ16도로 →돈내코입구 →정방폭포옆에 위치
공항1층에서 600번 리무진버스(삼영교통)를 타고 서귀포칼호텔앞 에서 내려 걸어서 15분거리


서복전시관 관람을 마치고 인접해있는 식당에서 올레 정식을 먹었다. 올레정식은 제주도의 백반이라할까? 생선구이, 꽁치조림, 성게미역국, 해초무침,  등 제주도 주민들이 일상 먹는 밥상인 것 같았다. 맛있게 밥 한그릇을 비우고 한창 조성중인 칠십리 음식특화거리와 서귀포항을 거쳐 서귀포 해양공원에 도착하였다.

 



서귀포해양공원과 새섬 간에 연결된 연육교를 건너 새섬 산책로를 한바퀴 돌고 나니 식사후 산책으로는 최고 !!   새섬 들어서면 벤치가 몇개 놓여져 있는 데 그중 '음악벤치'라 쓰여있는 벤치에 앉으면 혜은이의 '감수광'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서귀포 시청직원들이 관광객들을 위해 나름 신경을 써서 만들어 놓은 듯...  마눌님이 항상 들고 다니는 노란 봉지안에는 맛있는 귤이 들어있어 틈틈히 수분 및 영양보충을 하고 다닌다.


여기에서는  아래 play 버튼을 누르면 노래가 흘러 나온다.







새섬에서 바라보이는 언덕위에 아주 멋진 건물이 세워져 있어 그것이 무얼까? 무척 궁금해 하며 올라갔더니 한국 SGI연수원이란 하는 데 풍광도 멋있었지만 각종 조각품과 잘 가꾸어진 정원 그리고 잔잔히 흐르는 음악까지 더구나 무료개방하여 아무나  거닐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서귀포에 들르시는 분이라면 꼭 한번 가볼 것을 권유해 본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 알게된 한국 SGI는 불교의 또다른 분파라고나 할까? 일본의 남묘호렌게꾜 라는 주문을 외우는 종교로써 과거 프린스 호텔이었던 이곳을 자신들의 종교 연수원으로 만들어 아주 멋진 정원을 개방하고 있는 것이다.  혹시라도 종교적 알레르기가 있으신 분은 접근에 신중을 기할 필요는 있겠으나 우리나라의 원불교와 같은 종류가 아닐까? 아무튼 여러 종교를 알아둔다는 것은 삶에 다양성을 더해주는 작업이므로 지레 겁먹고 회피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한국 SGI 홈페이지 : https://www.ksgi.or.kr/sgi/sgimeet_main.jsp


다음 코스로는 외돌개 휴게소에 주차를 해놓고 간단한 올레코스를 걷다가 법환포구를 거쳐 강정마을을 반환점으로 하여 귀로에 돔베낭골 올레코스에 접어들었는 데 바닷가 경치도 일품이었지만 미술전시관, 카페, 그림같은 펜션 등이 위치해 있는 문화의 향기가 흠뻑 묻어나는 올레 길이었다.





이렇게 생긴 돌의자에 내가 앉아봤다는 것 아니냐? (속물노인 ㅉ ㅉ..)







석양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에 마눌께서 또다시 방어회를 먹고싶다 하신다.  서귀포시장에 들러 회를 뜨고 이번에는 한라산 중턱에 위치한 예이츠산장에 여장을 풀었다. 예이츠 산장은 정말 멋진 곳이 었는 데 오늘도 늦은 시각에 도착하여 그 분위기를 충분히 만끽하지 못하였다. 창유가 구해준 숙소 두개는 모두 유럽풍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멋진 곳이었음에도 너무 바깥 여행에 치중한 나머지 숙소에서의 휴식을 충분히 취하지 못해 못내 아쉬웠다. 아무튼 좋은 숙소 구해줘서 고맙고 엄마는 네가 이번 지출로 마통 뚫었을까봐 걱정이라고 하는 데 나는 너를 믿으니깐 내년에는 유럽여행 숙소로 준비해 달라는 부탁을 하는 바이다.  










오늘 하루를 보내며 거닐었던 코스가 아래 지도 한장에 모두 들어있는 걸 보니 서귀포지역 하나만 제대로 맛보기에도 일주일은 너무 짧을 것 같다.






posted by 백발노인
2013. 1. 20. 15:48 여행잡담


새벽에 세찬 바람소리에 눈을 떴다. 어제 아침 성산일출봉에 가보지 못했던 아이들과 오늘은 일찍 일어나 해뜨는 것을 보러 가기로 했었는 데 바람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할 수 없이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아이들은 오늘 저녁 늦게 떠나야 되기 때문에 첵크아웃을 하고 리조트를 나서는 데 진눈깨비까지 흩뿌린다. 날씨로만 따지면 오늘 관광은 망친 셈이다. 내 이론에 따르면 여행은 천지인이 합쳐지는 것, 경치가 아무리 좋아도 기후가 나쁘면 그것을 느끼는 사람의 기분이 좋지 안타~~ 그런데 모든 것은 활용하기에 따라 달라지는 법. 바람이 유명한 제주도에 와서 모진 바람을 한번 겪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길을 나섰다. 





1차 목표지는 제주여행에서 한번은 들려봐야 한다는 에코랜드였다. 온대와 열대의 교차지역인 제주도의 독특한 식생을 기차를 타고 가며 훑어보거나 숲속길을 산책하면서 온가족이 하루를 즐길 수 있다는 곳이다. 제주도에는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생겨난 많은 곳이 있지만 그중 에코랜드 만큼은 입장료를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거금을 들여 표를 구입해 놓은 곳이다. 일단 내비게이션을 찍고 호텔을 출발한 시각이 대략 아침 10시경. 근데 나의 실수로 주소를 잘못 입력하여 눈보라 치는 한라산 도로를 돌고 돌아 제주를 거쳐 에코랜드에 도착한 시각이 대략 11시 15분, 거세게 휘몰아 치는 눈보라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후 1시까지는 제주 비행장에 가서 렌트카를 반납하고 새로운 렌트카를 받아야 하는 관계로 시간도 없고 해서  에코랜드는 열차내에 앉아 한번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성수기에는 하루 1만여명이 다녀간다는 에코랜드는 제주의 숲길을 경험하며 하루 정도 보내기에는 아주 좋은 곳이라 생각되어 내내 아쉬웠다.

 (에코랜드 홈페이지 : http://www.ecolandjeju.co.kr/htm/index.asp )


에코랜드 구경을 마치고 공항에 가서 새로운 렌트카를 받아 점심을 먹으러 간 시각이 1시반경 점심식사 내내에도 눈보라가 계속 몰아치고 바람이 거세게 불어 비행기가 제대로 뜰지 걱정이 될 지경이었다. 당연히 오후 스케쥴도 막막한 상황. 은영이가 자기가 보아둔 바닷가  카페에 가서 차나 한잔 하는 게 좋겠다 하여 그렇게 하기로 하고 길을 나섰는 데......


가다가 이정표를 보니 '제주 4.3 평화공원'이라는 팻말이 보이는 게 아닌가? 평소 4.3사태의 내막이 궁금하던 차 그곳에 가면 역사공부를 좀 하게 될 것같다는 생각, 그리고 이처럼 눈보라 치는 날에는 실내에서 관광하는 게 최고라는 생각으로 핸들을 꺾었다. 그날 4.3기념관에서 배우고 느꼈던 역사적 사실에 대한 감동을 지금도 나는 잊지 못한다. 제주도에 대한 인식의 지평이 넓혀지면서 우리 근세사에 대하여 막연히 가지고 있었던 생각이 역사적 사실로 구체화되는 경험을 하게 된 순간이었다. 박정희 대통령 관련 여순반란 사건에 대한 내용도 덤으로 알게 되었다. 





그동안 제주에 자주 들르면서도 잘 몰랐던 이곳 4.3평화공원. 물론 비교적 최근인 2008년도에야 문을 연 탓도 있겠지만 제주하면 올레길에만 몰두하던 그 수많은 관광객들 그리고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순간이기도 하였다. 제주도에 관광을 가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으로 나는 이곳 4,3평화공원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겠다. 이번 제주여행에서 최대의 수확은 '제주 4.3기념관'을 방문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4.3기념관에 들어서 어둡고 긴 동굴같은 터널을 지나면 백비가 하나가 뉘어있다. 그 비석 밑에는 '4.3백비 이름짓지 못한 역사' 라는 제목하에 '언젠가는 이비에 제주 4.3의 이름을 새기고 일으켜 세우리라'라 는 말이 적혀 있다. 아직 역사적 평가가 진행중으로 봉기, 항쟁, 폭동, 사태, 사건 등 아직까지도 그 성격이 규명되지 못하고 있다고 적혀있어 제주 4.3사태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이어 제대로 보려면 반나절 이상이 소요될 많은 역사적 사진과 자료, 동영상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때마침 좋지 않았던 바깥날씨 탓으로 비교적 자세히 살펴볼 수 있기는 했지만 제주 4.3사태에 대한 자료와 증언 등이 너무 방대하여 좀 더 자세한 것은 인터넷이나 제주 4.3 평화공원 홈페이지( http://jeju43.jeju.go.kr/index.php ) 등 에서 추후 좀 더 알아 보기로 했다 그곳에서 내가 배운 역사적 결론 하나는 이기심에 사로잡힌 지도층이 국가와 국민에게 얼마나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나다는 것 이었다. 

 





4.3기념관을 나와서 아이들이 가자하는 밀면집에 가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8시반 늦은 비행기로 아이들은 귀경하고 우리는 창유가 구해준 숙소인 밀레니엄펜션으로 향했다. 근데 눈보라가 계속 휘몰아쳐 제주에서 서귀포행 산간도로는 통제된 곳이 많아 우리는 캄캄한 밤중에 해안일주 도로를 따라 미끄러운 눈길을 헤치며 다시금 서귀포로 내려가는 어려움을 겪었다.   



posted by 백발노인
2013. 1. 20. 10:37 여행잡담

여행을 다니며 숙소가 제일 중요하다는 사람이 많다. 우리 마눌님도 그런 부류. 그런데 우린 소싯적 무전여행으로 부터 여행의 맛을  배운 탓인지 여행이라면 조금 고생스럽고 뭔가  색다른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유럽이나 미국에서 여행을 다닐 때에도 캠핑이나 자동차 안에서 한두번은  취침을 했었다. 그래야 직성이 풀린다. 


이번 제주 여행에서도 첫째날, 두째날 숙소인 해비치 리조트는 정말 고급스럽게 잘 지어진 숙소인 것 같다. 아마도 책정된 숙박료는 무지 비쌀듯. 그런데 간장녀 효은이가 따지고 따져 잡은 숙소일터이니 별걱정은 안했지만 알고보니 무슨 카드 사용실적으로 무료 이용하게 된 숙소래네.. 그럼 그동안 쓴 카드 비용은 얼만겨? 아무튼 숙소가 좋았던 탓일까? 마눌님과 아이들은 이곳까지 와서도 늦잠을 잔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 나는 성산일출봉이 가깝다 하니 일출광경이나 보러갈까? 해서 몇번 권해 보았으나 잠자리에 누워 계속 미적대길래 나 혼자 길을 나서 성산일출봉으로 향했다. 


어슴푸레한 새벽길을 달려 광치리해변가 성산JC 공원 입구에 차량이 몇대 주차해 있는 모습을 보고 나도 주차를 해놓고 아침 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렸다. 근데 바닷가 새벽은 왜 그리 춥냐?  아침 7시 30분경 해가 뜬대는 데 내가 도착한 시각은 대략 7시 20분경. 해뜨기를 기다리는 10분여가 왜 그리 긴지. 그리고 아침 해뜨기 직전이 가장 춥대자너. 그 순간 나는 수많은 사람이 정초에 해맞이를 간다고 그렇게 난리치는 이유를 깨닫는다. 간절한 염원, 그래 그 엄청난 추위를 견디며 그 기나긴 시간을 버텨가며 간절히 이루고자 하는 염원이 있으면 우린 못할 게 없다 머 그런 원리를 깨달은 거지. 염원을 실천에 옮기는 현실적 행동이 뒷받침 되어야 하겠지만 말이야.




그래서 나도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 뭘까 하면서 소원을 빌 꺼리를 찾고 있었는 데 바닷가 일출광경을 보려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왜 그리 수평선 해뜨는 주위에는 검은 구름이 꽉 몰려 있는 건지 이번에도 수평선에서 해 뜨는 장면은 보지 못하고 구름위로 해뜨는 광격을 목격하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아무튼 나선 김에 주위에 있는 유채꽃밭, 피닉스 리조트, 그리고 섭지코지도 들러 사진도 좀 찍고 제주에서의 첫 아침시간을 즐겼다.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표선에 있는 숙소로 돌아오는 아침길은 조명빛이 주홍색이라서 그런지 정말 환상적인 느낌이었다. 해안일주 도로가 깨끗이 정돈된 탓도 있겠지만 삽상한 아침공기, 길옆에 펼쳐진 아열대 나무숲과 군데군데 보이는 펜션 그리고 저멀리 보이는 수평선 등 제주도의 풍광이 너무나도 이국적이어서 마치 해외여행을 나온 듯 했다.






숙소에 들어와 보니 어제 샀던 빵과 시리얼, 우유 등으로 아침을 때우고 여행 첫날의 일정을 논의하고 있었다. 대략 동쪽으로 가면서 영화 '건축학 개론'에 나온 바닷가 카페에서 차 한잔하고 흑돼지구이로 유명한 '쉬는팡'에 가서 점심을 먹고 오후엔 중문단지에 가서 호텔길을 걷겠단다.  나는 아이들이 하자는 대로 따르기로 했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하루 쉬는 것이니 아무래도 좋았다.


일단 출발은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빙하면서 군데군데 맘에 드는 올레길에서 바닷가도 좀 거닐면서 중문쪽을 향해 나아갔다. 중간에 걸었던 금호리조트앞 올레길은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우리 식구들이 미국 Newport News에서 걸었던 해안가 산책길을 연상케하는 길이다. 아이들은 계속 걸어 금호리조트로 향하고 우리는 뒤돌아와서 차를 몰고 그곳에서 다시 만났다. 은영이가 몸이 불편하니 올레길은 그런식으로 짧게 짧게 걸으며 '건축학 개론'에서  나온 카페에 닿았는 데 웬걸 3월까지 보수공사를 하고 있댄다. 








다시 쉬는팡으로 달리던 중 이름이 독특한 '돈내코'라는 지명이 보이네. 외국어도 아니고 그곳이 어떤 곳일까 궁금증이 들어 이정표를 따라 달리다 보니 중산간도로에 올라서 서귀포 시가지가 한눈에 보이는 장관을 연출한다. 기분좋은 드라이브 길. 여행의 본질은 재미요 재미의 본질은 차이라는 둥... 평소에 내가 생각하고 있던 여행관, 그리고 아이들의 여행에 대한 이야기 등을 들으며 쉬는팡에 도착했더니 이름 그대로 오늘이 쉬는 날이랜다.  어째 어제 저녁 갈치찜 식당부터 건축학 카페, 그리고 흑돼지구이집까지 애들이 인터넷에서 보고 준비해놨다던 집들이 다 이모양이냐? 그런데도 아이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할 수 없이 중산간지역에서 내려와 중문단지 입구에 위치해 있는 그럴듯한 흑돼지구이집을 찾아 점심을 먹고 중문관광단지에 들어섰다. 먼저 점심식사후 산보차원에서 천제연폭포쪽을 걷고 감귤밭과 동백꽃길을 걸었다.







중문관광단지에 집결해 있는 롯데, 신라, 하이야트 호텔은 각각의 특징과 자태를 뽐내며 아름다운 해안가 절벽위에 위치해 있다. 호텔에 투숙하고 있지 않더라도 해안가 산책길이 올레길로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자유스럽게 거닐 수 있어 이곳 제주에 올 때마다 들렀던 곳으로 기억된다.  언젠가 좀 더 금전적으로 여유로워지면 이곳에 머물며 거닐 수도 있겠지만 앞서 말했듯이 굳이 비싼 곳에서 숙박을 해야될 필요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숙박을 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이어 태평양에서 운영한다는 설록차뮤지엄에 가서 차 한잔을 마시고 차문화의 향기를 맛본 다음 귀로에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에 들러 방어와 고등어회 그리고 물미역(이게 진짜 맛있던데..) 소주 등을 구입한뒤 쇠소깍에 들렀지만 너무 어두워 자세히 보지 못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posted by 백발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