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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6. 28. 14:20 여행잡담

‘인생은 나그넷길... ’ 머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가 있다. 노래가 아니더라도 어차피 인생은 여정이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을 희구한다. 특히 나이든 노년에 여행처럼 좋은 소일거리가 어디 있을까? 그 중에서도 살아오면서 느끼지 못했던 감정과 이국적 풍물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해외여행은 많은 노인들의 버켓리스트 1위 품목이리라. 그런데 시간, 금전, 건강의 3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즐길 수 있는 여행!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언젠가 대형화면으로 유튜브 여행 채널을 즐겨 볼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 바 있다.


내가 요즈음 즐기고 있는 또 하나의 여행방법은 인터넷으로 즐기는 사이버 여행이다. 유튜브에도 엄청나게 많은 관광지 동영상이 있지만 우리나라 및 각국 파워블로거들이 올려놓은 여행 관련 이야기와 사진을 보거나 전에 내가 가 보았던 곳을 중심으로 구글어스에 등록되어 있는 세계 각지의 사진 등을 훑어보고 있노라면 잠자는 시간이 부족할 지경이다. 다만 오프라인에서는 여행을 떠나면 하루 만보이상 걷기가 자동으로 해결되어 건강이 좋아진다는 기분이 드는 반면 집구석에 쪼그려 앉아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있노라면 구차한 느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나는 이따금씩 시간이 되는대로 아무런 계획없이 훌쩍 떠나는 것을 즐긴다. 여행의 기쁨이 설레는 마음을 안고 치밀한 계획을 세우는 작업도 큰 부분을 차지하겠지만 국내 여행은 그리 되면 너무 밋밋할 것 같으니 나름의 호기심과 모험심을 자극받기 위한 방편이리라. 그러기 위해 나의 자가용 그랜저를 슬리핑카로 개조해 놓았다는 이야기도 올려놓은 바 있다. 그러고 보니 여직껏 나의 애마에 애칭하나 붙여놓은 게 없네.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다만 요즈음 들어서는 어부인께서 몸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이유로 차량 내 숙박을 극구 사양하고 있어 출동횟수가 줄어들고 있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지난 주말에는 마침 전주에 내려갈 일도 없고 시간이 나길래 토요일 새벽부터 어부인께 여행을 떠나자고 진언하였다. 어디로 갈거냐고 물으시더니 대답이 신통치 않자 픽 쓰러져 다시 주무신다. 9시경 눈을 뜨시어 네가 여행을 가자며 나를 깨웠으니 아침이나 먹으러 나가시잰다. 잽싸게 차를 대령하여 출발한 목표지가 양평 물맑은 시장 안에 있는 선지 해장국집인 청해식당으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낸 양평 맛집 두 개중의 하나이다. 또 하나는 몽실식당. 다음에 아침 먹으러 갈 일 있으면 들를 예정이다.


청해식당 : http://place.map.daum.net/9502628#review

몽실식당 : http://place.map.daum.net/10950148#review


현관문을 나서는 데 딸애가 어딜 가시느냐 묻는다. 걍 목적지 없이 쏘다니다 오려고 나간다 하니 가능하면 저녁 때 제천부근에서 모여 1박하는 게 어떠냐고 한다. 자기 남편이 내일 예비군 훈련을 충주부근에서 받는 데 그 부근에서 1박하고 가는 게 좋을 같아서 그런댄다. 사위가 치과의사라 토요일도 근무를 하기 때문에 일요일에 예비군 훈련을 받으려니 전국적으로 가능한 예비군 훈련장을 찾아 신청을 하는 것 같다. 딸아이는 아마도 집안에만 있기 답답하니 그 핑계대고 나오고 싶어 그런 모양이다. 나중에 통화하기로 하고 일단 집을 나섰다. 


약간 늦은 시간이었지만 길도 별로 막히지 않았고 양평 ‘물맑은 시장’통에 있는 청해식당을 쉽게 찾았다. 가게는 자그마한 데 아침부터 손님이 북적인다, 특히 외출나온 군인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으며 대부분 아침부터 소주를 마셔대고 있었다. 부러웠다. 

 

아침을 먹고 난 뒤 모처럼 찾은 양평시내를 거닐었다. 많이 변했드만. 특히 양평역 앞에 홀로 우뚝 선 주상 복합빌딩은 양평의 새로운 랜드마크처럼 보였다. 시장통이 많이 정비가 되었으며 다양한 음식점들이 많아 시골정취를 느끼면서 한잔 하려면 한번쯤 다시와도 좋을 듯 보였다. 토요일엔 주말장터가 선다하는 데 아직은 상인들이 모두 나온 것 같진 않았다. 딸아이와 통화를 하고 일단 제천 쪽으로 가서 내가 숙소를 찾아보기로 하고 남쪽으로 출발하였다. 


국도를 달려 이포대교 부근에 다다르니 이포보 전망대가 눈에 띈다. 4대강 사업이라면 기분이 좋지 않아 그냥 지나치려 했으나 한번 들러보기로 했다. 무엇보다 날씨가 좋아 강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다리위에 서서 조망을 하는 기분은 좋았다. 전망대엔 사람들이 별로 없어 층층이 만들어 놓은 소파에 앉아 시간 때우기도 참 좋았다. 3층에 있는 만화카페에서 예전에 읽던 채지충의 중국고전만화 시리즈 중 육조단경, 그리고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초한지 등을 읽었다. 시설을 무료로 이용하는 것 까진 좋지만 전망대 운영 실태나 시설물 작동상태 등을 보니 국민세금으로 헛지랄한 것임은 분명하다.  


이포보 : https://ggtour.or.kr/blog/2015/05/22/경기도-여주-가볼만한-곳-자전거여행-이포보/



뚜렷한 목표지점은 없지만 길을 달리는 데 목표지역의 설정은 필요하므로 일단 네이버지도에서 눈에 띄는 황학산 자연휴양림을 내비에 입력하였다. 새롭게 뚫린 37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가 여주로 들어서는 세종대교위에서 바라보니 저기 아래 텐트치기 좋은 유원지가 눈에 띈다. 그게 양섬유원지랜다. 일단 방향을 꺾어 내려서니 세종대왕릉인 영릉으로 가는 표지판이 보이는 거라. 우선 영릉부터 가보기로 했다. 세종대왕이야말로 우리 민족 최고의 성군으로서 정말 훌륭한 분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 데 그동안 참배 한번 드리지 못한 미안함이 작동했다고나 할까? 난생 처음 들어가본 세종대왕능 경내에는 정말 볼 것도 많고 무엇보다도 고즈넉한 잔디밭 풍경과 어우러진 멋들어진 소나무들. 더구나 세종대왕릉과 효종대왕릉이 연결되어있고 두 개의 능을 연결하는 ‘왕의 숲길’이라는 산책로는 이번 여행에서 발견한 최고의 산책로였다. 우거진 소나무 숲길로 난 길에 때마침 시원하게 불어내는 바람이야말로 아무런 준비없이 떠난 여행에서 맞은 최고의 순간이었다. 하루 전날 내린 비의 영향으로 풋풋한 숲길에서 나는 온갖 풀냄새까지. 


세종대왕 유적관리소 : http://sejong.cha.go.kr/n_sejong/index.html







구경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때마침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1시간 가량 공연한다는 세종대왕의 이야기를 곁들인 국악공연을 관람하였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점심 때가 지났네. 오전에 양평시장에서 산 과일과 떡 등으로 요기를 하고 가족들이 캠핑하기 좋은 양섬유원지(세종대교 아래에 위치) 를 둘러본 후 다시금 황학산 자연휴양림을 향해 출발하였다. 


가는 길에 멀리서 보니 예전에 들렀던 이마트가 보인다. 저녁 때 만나기로 한 딸애의 가족들과 함께 먹을 술과 안주 등을 구입하자는 어부인의 말씀에 따라 일단 이마트에 들르기로 하였다. 몇 가지 먹거리와 장보기를 마치고 밖에 나오니 어부인께서 이번에는 신륵사에 가보자고 하신다. 하긴 여주시내에 들어서니 곳곳에 신륵사 표지가 보이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신륵사에 가본 것이 꽤 오래 된 것 같아 분부에 따르기로 하였다. 신륵사 경내에 들어서니 아주 오래된 사찰의 연륜이 물씬 배어나는 데다가 강가에 지어진 고즈넉함이 우리의 마음을 아주 편안하게 해 주었다. 이곳 저곳을 천천히 구경하다가 구룡루 마루에 앉아 발을 뻗고 쉬고 있는 데 때마침 저녁 예불시간이 되었음을 알리는 범종소리. 나중에 알았는 데 신륵사의 저녁 종소리는 여주팔경의 하나에 해당되는 것이라 한다. 남한강가 바위위에 지어진 누각에서도 잠시 쉬었는 데 반대편 강가를 보니 그곳에도 캠핑촌과 유원지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아 한번 가 보기로 하였다.


신륵사 : http://www.silleuksa.org



신륵사를 나와 여주도자기 판매센터를 둘러본 후 여주대교를 거쳐 강변유원지로 향하였다. 그 때 딸애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일단 집을 나섰으나 남편의 예비군훈련지가 충주가 아닌 청주인 데 착각했었다며 아무래도 우리를 만나 저녁을 먹고 다시 서울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고 한다. 일단 신륵사 맞은편 강변 유원지로 오라고 했다. 그리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캠핑촌이 형성되어 있었다. 어찌된 연유인지 알아보니 지금 이곳은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운용하는 캠핑장으로 6월말까지 무료로 운용되고 있다고 한다.  나 역시 텐트와 침구를 항상 싣고 다니므로 한자리 얻어 볼까 했으나 이미 오전 중에 선착순으로 배정이 끝난 상태여서 다음에 이용을 하려면 ‘우리강 이용 도우미’라는 앱을 설치하여 예약을 하라고 알려준다. 정식 사이트가 아닌 곳에 적당히 텐트를 치도록 하라고 귀뜸을 해주면서... 



아무튼 잠시 후 토요일 오후 막힌 길을 뚫고 내려왔을 딸애 가족들과 재상봉을 하였다. 비록 아침에 헤어졌지만 머나먼(?) 곳에서 다시 만나고 보니 무엇보다도 손자, 손녀가 반가웠다. 서둘러 저녁을 먹이기로 하고 캠핑촌 기분을 내기 위해 이마트에서 구입한 오리고기와 맥주로 파티를 벌렸다. 저녁을 먹고 나서 아무래도 서울로 다시가기는 어려워 주변 모텔을 물색해 본 결과 방 2개를 구하여 그곳에서 숙박을 하기로 하였다. 대실을 주로 하는 러브모텔 지역이어서 저녁나절 방을 쉽게 구할 수는 있었으나 우리와 같은 가족단위의 숙박객에게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것 같긴 하였다.


여주 썬 모텔 : http://m.blog.naver.com/rhyme0713/60157559815


이튿날 아침 사위는 새벽같이 일어나 청주에 있는 예비군 훈련장으로 떠나고 우리는 모텔에서 뒹구적 거리다가 드디어 황학산 자연휴양림엘 가기로 하였다. 그런데 가다보니 황학산 수목원이 눈에 띈다. 일단 그곳으로 들어갔다. 아주 잘 가꾸어 놓았고 온가족이 함께 모여 하루를 지내기에는 아주 그만인 곳이었다. 그런데 날씨가 너무 더웠다. 생각해 보니 먹을 것을 파는 곳도 마땅치 않았다. 그런 데도 모두들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다 더 이상 배고픔을 참을 수 없어 밥을 먹으로 가기로 하고 차에 올라탔다. 진짜 더운 날씨다. 여기까지 왔으니 천서리 막국수촌에 가서 수육과 막국수를 먹어야 한댄다. 


황학산 수목원 : http://hhsan.yj21.net/main/hhsan



어쨌든 황학산 자연휴양림에 가기로 하고 여기까지 왔으니 그곳엘 한번 들러봐야겠다고 우기면서 그곳엘 들렀는 데 입구부터가 보잘 것 없었다. 즉시방향을 돌려 막국수촌으로 향하였다. 그곳에 도착하니 대기표를 받고 30분 이상 기다려야 밥을 먹을 수 있댄다. 이게 무신 놈의 여행인지. 나는 결코 동의할 수 없었으나 꾹 참고 차안에서 에어콘을 틀어놓고 기다리다가 점심을 먹었다. 아무튼 아이들이 합류하면서 나의 평화로운 여행은 상당히 타격을 받은 것임에 틀림없다. 순번이 되어 늦은 점심을 먹고 졸린 눈을 비비며 집으로 향했다. 남한강변 길을 택하여 돌아왔는 데 귀성시각으로는 이른 탓인지 길 선택이 탁월한 덕분인지 차량은 전혀 막히지 않고 집에 잘 도착하여 시원한 수박과 맥주로 더위를 식히며 나머지 휴일을 보냈다. 그러고 보면 늙은이에게는 집이 최곤개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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