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잡담

추억의 미국여행 1031

백발노인 2017. 11. 17. 07:20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 저녁 깜깜한 길에서 헤매던 이곳 지리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차를 몰고 주위를 한바퀴 돌면서 살펴보니 뉴브룬즈윅의 비즈니스 (business park) 지역으로 낮으막한 공장과 사무실 건물들이 넓게 펼쳐져 있는 잘 정돈된 곳이었다. 일종의 공단 지역인데 숲이 우거진 곳도 있고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모습이 보기 좋았다. 공연히 캄캄한 밤중에 방향도 분간 못하고 지레 겁을 먹어서 어제 저녁과 같은 해프닝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텔옆에 위치한 식당에서 아침을 시켜 먹었는 데 너무 양이 많아 절반은 팩킹을 해 달라고 해서 아직도 침대에 누워계신 마눌님에게 가져다 주었다. 아마 어제 저녁 놀란 마음에 밤늦게까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신 모양이다.


내가 찍은 사진은 없고 인터넷에서 캡쳐해 온 모텔 사진


지도를 살펴보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프린스턴이 위치해 있고 그곳을 지나 롱우드가든을 거쳐 게티즈버그로 해서 볼티모어로 가기로 했다. 모두 예전 볼티모어에 살 때 한번씩은 가본 추억의 장소로서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특히 롱우드가든은 1번 국도인 벨에어로드를 따라 자주 다녔던 곳으로  화학재벌 듀퐁이 심혈을 기울여 가꾸었다는 정원이다. 아름다운 미국의 숲길을 따라 한껏 심신의 여유를 만끽하면서 프린스턴 쪽을 향하여 갔다. 뒤늦게 확인해 보니 우리가 모텔에서 나와 프린스턴 대학까지 가는 길이 그리 멀지 않았고 지났던 길이 아래 그림에서 빨간선으로 표시된 길이다. 가급적 번잡한 길을 택하지 않고 차량이 적게 다니는 길을 택하다 보니 그리 된 것이다. 도중에 아름다운 호숫가 길이 있었는 데 그게 델라웨어 앤드 라리탄 카날 주립공원이었던 것이다.




프린스턴 대학에 들어서니 이곳은 비교적 광활한 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탓인지 이전에 들렀던 예일대나 브라운대학에 비해 주차 인심이 후했다. 대학 외곽에 무료주차장이 있었고 방문객들은 그곳에 주차를 하고 학교내를 운행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하도록 되어 있었다. 사실 별다른 사전 지식이 없이 그곳에 도착하였는 데 가이드 없이 이곳 저곳 붙어있는 안내판만 보아도 그런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으니 안내판이 잘 되어 있는 것일까? 내가 뛰어난 감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 ^ 




미국에서 유서깊은 대학 캠퍼스를 구경하는 것은 어느 관광지를 구경하는 것 보다도 느낌이 좋다. 오래된 건물과 잘 가꾸어진 잔디, 세월의 풍상을 말해주는 고목들, 그리고 기념품 가게와 부속 박물관 등... 더구나 싱싱한 젊은이들이 미래의 꿈을 안고 활기차게 걷고 있는 곳이 아닌가? 예일대에서는 박물관이 문을 닫는 월요일이라 제대로 구경을 하지 못했는 데 프린스턴 대학의 박물관은 제대로 관람할 수 있었다. 동서양에 걸친 명작들을 수집해 놓은 박물관에서 실물을 앞에 놓고 교수님과 강의를 듣는 학생들을 몇팀 보았는 데 정말 부러웠다. 




프린스턴 대학에 오래 머물고 싶었지만 다음 일정상,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사실 뚜렷하게 확정된 일정이 있는 것도 아닌 데 내 스스로를 속박하는 못난 습관상, 다음 목적지인 롱우드가든과 게티즈버그를 향해 이번에는 부득불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기 시작하였다. 아마도 276번 고속도로를 타고 달린 것 같은 데 한참을 달려도 영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지도를 다시 살펴보니 아무래도 당일 게티즈버그까지 가는 것은 무리인 것 같았다. 그곳은 다음에 올라올 때 혹시 가깝게 지나게 되면 가 보기로 하고 우선은 오늘의 주요 목적지인 롱우드가든으로 가기 위해 길을 꺾었다.


이글을 쓰며 지도를 보면서 당시 택했던 도로를 추정해 보니 킹 오브 프러시아 부근 276번 도로인 펜실바니아 턴파이크에서 422번과 202번 국도로 갈아타고 내려 온 것 같다. 202번을 타고 오다가 926번 도로를 만나 우회전하여 그 길을 달려오는데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면서 정말 아름다운 시골길이 나타난 것이다. 옆자리에 앉은 마눌님께 좋은 경치를 즐기라고 말해주려고 보니 곤히 주무시고 계신다. 어제 저녁 놀라서 잠을 제대로 주무시지 못한 것이 확실하다. 혼자 콧노래를 불러가며 즐길 수 밖에.... 롱우드가든에 도착하니 오후 4시경. 폐장시각이 오후 6시라 하니 지금 들어가기는 조금 아깝고 경치 좋은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고 내일 아침에 롱우드가든은 입장키로 하자. 



그 지역에 대해 한번 좋은 인상을 갖게 된 탓인지 롱우드가든 입구에 자리잡은 관광안내소도 정말 멋있게 지어졌다고 생각되어 들어가 보았다. 브랜디와인밸리(Brandywine Valley) 관광안내소라 이름 지어진 그곳 안내소에 앉아있는 가이드도 예쁘고 친절하였다.  방문객 하나 없는 안내소에 손님이 들어와 반가워서 그랬겠지만 내가 한마디 물어보면 두마디 세마디 친절하게 설명해 주어서 나는 한참동안 머물며 관광안내소를 관광하였다. 오후 남은 시간은 가이드가 추천해 준대로 주변을 돌다가 와이너리에 들어가서 포도주 시음도 하고 주변 박물관에도 들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