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등산
토요등산 모임을 담당하고 있는 친구가 히말라야 등정을 떠난 탓인지
이번 주에는 별도의 소집연락이 없었다.
그래서 화창한 봄날씨에 집에만 머무르고 있을 수 없어
마눌님을 부추겨 단둘이 토요등반에 나섰다.
오늘도 모악산을 향해 나섰는 데
모악산은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해발 793.5 m)
산자락이 상당히 넓게 펼쳐져 있어 등산로가 다양하다.
윗 지도에서 알 수 있듯이 등반로가 여러갈래로 펼쳐 있는 데
오늘은 전주시에서 가장 가까운 중인동에서
금곡사를 거쳐 올라가는 등산로를 택하였다.
왜 맨날 모악산만 다니느냐고 의아해하실 분이 있을까봐
노파심에서 말씀드리는 데 이 모악산이 보통 영산이 아니다.
모악산은 예로부터 난리를 피할 수 있는 피난처이자
각종 무속 신앙의 본거지로 널리 알려져 왔다.
현대에 와서는 김일성 하래비 묘가 모악산에 있어서 전쟁이 나도
북한이 이 지역에는 폭격을 하지 않을 것이므로 안전지역이라는 이바구도 있다.
김일성이 전주 김씨래네.
근세에 이르러 동학혁명의 기치를 든 전봉준도 모악산이 길러낸 인물이다.
모악산 일대를 신흥종교의 메카로 만든 강증산(姜甑山)도 이산 저산 헤매다가
모악산에 이르러 천지의 대도를 깨우쳤다고 한다.
또한 불교의 미륵사상이 도입된 이래 호남지방에서 미륵사상은
모악산을 중심으로 개화했다.
금산사의 미륵전이 그 대표적인 표상이다.
모악산 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어머니'산은 양육(養育)을 뜻한다.
그래서일까?
모악산은 한국의 곡창으로 불리는 김제와 만경평야를 그 발 아래 두고 있다.
이들 벌판에 공급할 농업용수가 바로 모악산으로부터 흘러들기 때문이다.
삼국시대 이전 관개시설로 유명한 벽골제의 물도 모악산에서 발원된 물이다.
동으로 구이저수지, 서로 금평저수지, 남으로 안덕저수지,
북으로 또 불선제, 중인제, 갈마제를 채우고 호남평야를
온통 적셔주는 젖꼭지 구실을 하고 있는 것이 모악산이다.
정상에 올라 멀리 바라보면 북으로 전주가 발아래 있고,
남으로는 내장산, 서쪽으로는 변산반도가 멀리 보인다.
서울에 북한산이 있듯이
전주에 모악산이 있다.
아무리 자주 다녀도 질리지 않고
다양한 코스와 사계절의 변화에 맞추어
언제나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 산이 모악산인 것이다.
오늘 택한 코스도 내가 전주에 내려와서 처음 가본 코스로
달성사, 금곡사, 편백나무 숲 등이 새로왔다.
특히 계곡의 깨끗한 물과 물 흐르는 소리
(아래 영상으로 확인해 보시라)
봄의 초입에서 젖몽우리처럼 부풀어 오른 꽃망울 등이
삶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하루를 보내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