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미국여행 1029
아침에 일어나 호텔 창밖을 보니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가을비는 처량하다. 별다른 관광 목적은 없지만 그래도 비가 내리는 것을 보니 오늘 하루 관광은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 우드베리 근처에서 숙박을 했어도 오늘 아침에 상쾌한 기분으로 달려 이곳으로 오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자 어제 저녁 공연히 화를 낸 내 자신이 조금은 부끄러워 졌다.
호텔 창밖에 비가 내리는 풍경
미국에 스프링필드라는 지명이 270여곳 된대는 데 사실 이곳 마사츄세츠주의 스프링필드에 온 이유는 효은이 후배가 이곳 종합병원에서 레지던트로 근무하고 있어서 후배를 만나기 위해 오게 된 것이다. 그래서 오전중엔 효은이 후배가 호텔로 찾아와서 둘이 함께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떠나고 우린 동네 주위를 돌면서 미국 대형 슈퍼에도 들러보고 주유하는 것도 시도해 보고 고급 주택가를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또한 이곳 스프링필드가 농구의 발상지로서 1891년 네이스미스가 YMCA에서 최초로 농구를 시작한 것을 기념하여 농구 명예의 전당이 세워져 있다 해서 찾아가 보았다. 그러나 농구에 별다른 취미가 없는 나로서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점심으로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게 되었는 데 참으로 오랫만에 먹어본 오리지날(?) 햄버거였다.
오후엔 보스톤을 향하여 달렸는 데 비가 계속 내려서 중간 중간 쉬면서 달리다가 보스톤 근처 프레이밍햄이란 곳에 숙소를 구해서 일찌감치 여장을 풀었다. 근데 그곳이 월마트나 메이시 등 대형 쇼핑몰과 백화점 등이 포진해 있는 곳이어서 비가 오는 가운데 시간을 때우기엔 괜찮은 곳이었다.
숙소는 전형적인 미국의 모텔형 숙소로 1층 건물에 자기 차량을 각자 자기 방앞에 대고 수시로 들랑거릴 수도 있고 아무튼 겉모습은 그럴 듯 하였으나 방안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났으며 어찌하랴 창밖에 비는 내리고 우린 함께 탁자에 둘러앉아 맥주를 마시기 시작하였다. 한참 술을 마시던 중 참으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으니 효은이 귀국일이 바로 내일 밤이라는 사실이었다. 시차 계산에서 헷갈린 효은이가 내일 밤 하루를 더 묵고 모레쯤 가는 것으로 생각하고 여행 계획을 짜고 있었는 데 아무래도 계산이 이상하여 취중에 여러번 확인해 본 결과 내일밤 자정 비행기를 타고 떠나야 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올 때 하루를 벌었으니 갈 때는 하루를 날려야 된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거다. 조촐하게 시작한 술파티가 그야말로 이별의 파티가 되어 버렸고 그래서 우리는 술을 자꾸 마시게 되어 결국 여행중 틈틈히 마시려고 산 맥주를 박스째 모두 마셔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