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잡담

제주도 푸른바다(3) - 제주 4.3 평화공원

백발노인 2013. 1. 20. 15:48


새벽에 세찬 바람소리에 눈을 떴다. 어제 아침 성산일출봉에 가보지 못했던 아이들과 오늘은 일찍 일어나 해뜨는 것을 보러 가기로 했었는 데 바람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할 수 없이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아이들은 오늘 저녁 늦게 떠나야 되기 때문에 첵크아웃을 하고 리조트를 나서는 데 진눈깨비까지 흩뿌린다. 날씨로만 따지면 오늘 관광은 망친 셈이다. 내 이론에 따르면 여행은 천지인이 합쳐지는 것, 경치가 아무리 좋아도 기후가 나쁘면 그것을 느끼는 사람의 기분이 좋지 안타~~ 그런데 모든 것은 활용하기에 따라 달라지는 법. 바람이 유명한 제주도에 와서 모진 바람을 한번 겪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길을 나섰다. 





1차 목표지는 제주여행에서 한번은 들려봐야 한다는 에코랜드였다. 온대와 열대의 교차지역인 제주도의 독특한 식생을 기차를 타고 가며 훑어보거나 숲속길을 산책하면서 온가족이 하루를 즐길 수 있다는 곳이다. 제주도에는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생겨난 많은 곳이 있지만 그중 에코랜드 만큼은 입장료를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거금을 들여 표를 구입해 놓은 곳이다. 일단 내비게이션을 찍고 호텔을 출발한 시각이 대략 아침 10시경. 근데 나의 실수로 주소를 잘못 입력하여 눈보라 치는 한라산 도로를 돌고 돌아 제주를 거쳐 에코랜드에 도착한 시각이 대략 11시 15분, 거세게 휘몰아 치는 눈보라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후 1시까지는 제주 비행장에 가서 렌트카를 반납하고 새로운 렌트카를 받아야 하는 관계로 시간도 없고 해서  에코랜드는 열차내에 앉아 한번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성수기에는 하루 1만여명이 다녀간다는 에코랜드는 제주의 숲길을 경험하며 하루 정도 보내기에는 아주 좋은 곳이라 생각되어 내내 아쉬웠다.

 (에코랜드 홈페이지 : http://www.ecolandjeju.co.kr/htm/index.asp )


에코랜드 구경을 마치고 공항에 가서 새로운 렌트카를 받아 점심을 먹으러 간 시각이 1시반경 점심식사 내내에도 눈보라가 계속 몰아치고 바람이 거세게 불어 비행기가 제대로 뜰지 걱정이 될 지경이었다. 당연히 오후 스케쥴도 막막한 상황. 은영이가 자기가 보아둔 바닷가  카페에 가서 차나 한잔 하는 게 좋겠다 하여 그렇게 하기로 하고 길을 나섰는 데......


가다가 이정표를 보니 '제주 4.3 평화공원'이라는 팻말이 보이는 게 아닌가? 평소 4.3사태의 내막이 궁금하던 차 그곳에 가면 역사공부를 좀 하게 될 것같다는 생각, 그리고 이처럼 눈보라 치는 날에는 실내에서 관광하는 게 최고라는 생각으로 핸들을 꺾었다. 그날 4.3기념관에서 배우고 느꼈던 역사적 사실에 대한 감동을 지금도 나는 잊지 못한다. 제주도에 대한 인식의 지평이 넓혀지면서 우리 근세사에 대하여 막연히 가지고 있었던 생각이 역사적 사실로 구체화되는 경험을 하게 된 순간이었다. 박정희 대통령 관련 여순반란 사건에 대한 내용도 덤으로 알게 되었다. 





그동안 제주에 자주 들르면서도 잘 몰랐던 이곳 4.3평화공원. 물론 비교적 최근인 2008년도에야 문을 연 탓도 있겠지만 제주하면 올레길에만 몰두하던 그 수많은 관광객들 그리고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순간이기도 하였다. 제주도에 관광을 가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으로 나는 이곳 4,3평화공원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겠다. 이번 제주여행에서 최대의 수확은 '제주 4.3기념관'을 방문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4.3기념관에 들어서 어둡고 긴 동굴같은 터널을 지나면 백비가 하나가 뉘어있다. 그 비석 밑에는 '4.3백비 이름짓지 못한 역사' 라는 제목하에 '언젠가는 이비에 제주 4.3의 이름을 새기고 일으켜 세우리라'라 는 말이 적혀 있다. 아직 역사적 평가가 진행중으로 봉기, 항쟁, 폭동, 사태, 사건 등 아직까지도 그 성격이 규명되지 못하고 있다고 적혀있어 제주 4.3사태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이어 제대로 보려면 반나절 이상이 소요될 많은 역사적 사진과 자료, 동영상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때마침 좋지 않았던 바깥날씨 탓으로 비교적 자세히 살펴볼 수 있기는 했지만 제주 4.3사태에 대한 자료와 증언 등이 너무 방대하여 좀 더 자세한 것은 인터넷이나 제주 4.3 평화공원 홈페이지( http://jeju43.jeju.go.kr/index.php ) 등 에서 추후 좀 더 알아 보기로 했다 그곳에서 내가 배운 역사적 결론 하나는 이기심에 사로잡힌 지도층이 국가와 국민에게 얼마나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나다는 것 이었다. 

 





4.3기념관을 나와서 아이들이 가자하는 밀면집에 가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8시반 늦은 비행기로 아이들은 귀경하고 우리는 창유가 구해준 숙소인 밀레니엄펜션으로 향했다. 근데 눈보라가 계속 휘몰아쳐 제주에서 서귀포행 산간도로는 통제된 곳이 많아 우리는 캄캄한 밤중에 해안일주 도로를 따라 미끄러운 눈길을 헤치며 다시금 서귀포로 내려가는 어려움을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