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전주에 내려가지 않을 때 혹시 시간이 나면 서울 근교를 돌아다니고 있다. 이번 겨울에는 서울 성곽길을 2~3구간 걸었으며 틈나는 대로 나머지 구간도 전부 주파해 볼 생각이다. 지난 주와 그전 주에는 남한산성 둘레길 수어장대~북문 구간과 강화도 둘레길 2구간을 걸었다.
남한산성이나 강화도는 이전에 여러차례 다녀본 곳이나 이번에 가보니 둘레길 조성 열풍 탓인지 예전보다 많이 다듬어져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주말에 집안에 쳐박혀 있지 않고 마음껏 자연을 즐기면서 걷도록 되어 있었다. 틈나는 대로 걸어보자.
참고로 서울 성곽길, 강화 둘레길, 남한산성 둘레길 지도를 올려본다.
서울성곽길 : http://sensechef.tistory.com/784
강화도 둘레길 : http://tour.ganghwa.incheon.kr/
남한산성 둘레길 : http://www.namhansansung.or.kr/Menu4/SubMenu/sub43.jsp
이런 둘레길을 걸을 때 눈에띄는 안내판을 하나씩 읽어가며 걷는 재미도 나름 즐거운 것. 그런데 내가 강화도와 남한산성길을 걸을 때 읽게된 안내판중에 그다지 유쾌하지 못한 내용을 담고 있는 청량당과 손돌목에 대한 것을 여기 전재해 본다.
남한산성의 청량당
이회와 그의 부인 그리고 벽암대사를 모신 사당이다. 모시고 있는 초상화는 한국전쟁 때 분실되어 훗날 새로 그린 것이다. 조선 인조 2년(1624) 남한산성을 쌓을 때 동남쪽의 공사를 맡았던 이회는 기한 내에 공사를 마치지 못하게 되자 공사비를 탕진하고 공사에도 힘쓰지 않아 기일 내에 끝내지 못했다는 누명을 쓰고 사형을 당하였다.
그의 부인도 남편의 성 쌓는 일을 돕기 위해 자금을 마련하여 오던 중에 남편이 처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한강에 빠져 자살하였다. 그 뒤에 이회가 쌓은 남쪽 성벽이 다른 성벽보다도 더 튼튼하고 완벽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그의 무죄가 밝혀지자 그의 넋을 달래기 위해 사당을 지었다고 한다. 앞면 3칸·옆면 2칸 규모이며 지붕은 옆면이 여덟 팔(八)자 모양을 한 팔작지붕이다. 안쪽 정면에 이회의 영정(초상화)이 있고 그 양옆으로 처첩(부인과 소실)과 벽암대사의 영정이 있다.
강화도의 손돌목
때는 고려시대. 몽고의 침입을 받을 때다. 고려 고종은 몽고군을 피해 강화도로 피신해야 했다. 고종은 강화도로 가는 작은 배를 탄다. 그 배의 뱃사공은 손돌. 손돌이 모는 배에 왕과 그 일행이 타고 바다를 건너게 되었다. 강화도로 가는 뱃길은 너무도 험했다. 그러나 손돌은 태연하게 배를 몰았다. 배가 광성보를 지나자 바다의 물살은 점점 더 거세기만 했다.
왕은 뱃사공 손돌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 뱃사공이 날 해치려고 배를 일부러 물길이 험한 곳으로 몰고 가는 것은 아닐까?’ 손돌이 물살이 더 거센 곳으로 배를 몰고 가자, 왕의 의심은 더해갔다. 다급해진 왕은 신하를 시켜 손돌의 목을 베라고 명하였다. 손돌이 자신은 임금님을 안전한 뱃길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믿어줄 리 없었다. 손돌은 죽음을 앞두고 말했다.
“이 곳은 물길이 험합니다. 아무 길이나 가면 큰일나십니다. 제가 바다에 띄우는 바가지가 흘러가는 데로 배를 몰고 가십시오. 그럼 안전하게 강화도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손돌은 죽었다. 요동치는 바다에서 왕은 하는 수없이 손돌이 말한 데로 바가지를 따라갔다. 이윽고 배는 무사히 강화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왕이 강화도에 발을 내딛자, 갑자기 회오리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물살은 더욱 험해졌다. 손돌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듯이…. 왕은 그제야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 하여 왕은 억울하게 죽으면서도 자신을 위했던 손돌의 시신을 잘 거두어 후하게 장사를 지내라고 명했다. 또한 그 곳을 ‘손돌목’이라 부르게 했다.
두 건 모두 무고한 백성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은 것을 위로하기 위하여 후세에 기리도록 했다는 건데... 글쎄다 이게 사실이라면 예나 지금이나 권력을 가진 자들의 횡포는 정말 울화통 터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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